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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공장에 불 나자 무차별 발포…미얀마 쿠데타 이후 최다 사망자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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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흘라잉타야 시위 현장.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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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 참가자 중 최소 38명이 14일 숨져 지난달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하루에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은 “미얀마 내 중국 기업 및 인사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는 성명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다.

1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양곤의 흘라잉타야에서 최다 사망자가 나왔다. 이 지역 중국계 자본이 들어간 의류공장 4곳과 비료공장 1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피어오르자 군경은 무차별 발포를 시작했고 그 결과 최소 22명이 사망했다. 이 지역을 취재한 익명의 사진 기자는 뉴욕타임스(NYT)에 “끔찍했다. 사람들이 내 눈 앞에서 죽어 나갔고 평생 이 끔찍한 기억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화재 발생 뒤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은 “미얀마 내 모든 폭력 행위를 중단할 효과적인 조처와 가해자 처벌을 촉구한다”고 성명을 냈다. 중국대사관은 이 화재로 인해 중국인 근로자들이 공장에 갇혀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매체 CGTN은 오토바이를 탄 20여 명이 쇠막대, 가솔린을 들고 단지에 침입해 불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누가 불을 질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군부가 고의로 방화를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미얀마 군부는 흘라잉타야와 쉐삐따 등 중국계 공장이 위치한 지역 4곳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미온적 입장을 취하는 중국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미얀마의 한 집회 참가자는 중국대사관 페이스북에 “미얀마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고 싶다면 미얀마 시민을 존중하라”며 “흘라잉타야 힘내라, 우리는 당신들이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미얀마 현지 한인회가 중국계 공장으로 오인 받지 않기 위해 태극기를 걸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양곤 외에 만달레이와 바고 등 다른 미얀마 지역에서도 14일 최소 16명이 사망했다. 미얀마 국영 MRTV는 바고에서 경찰관 1명이 가슴에 부상을 입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발발 이후 14일까지 사망한 시민은 최소 126명이다. NYT에 따르면 사망자 5명 중 1명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

NYT는 “미얀마 군부가 집회 참가자들을 매일 사살하고 무작위 폭력을 가하면서 시민들이 지쳐서 민주주의를 포기하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는 폭력 진압이 심해질 수록 시민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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