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반대로 초안서 후퇴
미, 군부 수장 자녀들 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하지만 중국 등의 반대로 성명 최종 합의안은 초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11일 미얀마에서는 최소 9명의 시민 사망자가 나왔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10일(현지시간) 의장성명에서 시위대 진압에 폭력을 사용하는 미얀마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했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의장성명은 결의안 바로 아래 단계의 조치다. 안보리는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감금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의 석방을 촉구하며 미얀마의 민주적 전환을 지지했다.
영국 주도로 작성한 성명의 초안에는 군부의 폭거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유엔헌장에 따른 추가 제재를 언급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의 반대로 이 부분이 최종안에서는 빠졌다. 안보리는 지난달 4일에도 군부의 미얀마 정부 지도자 구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은 이날 독자적으로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자녀들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미국 재무부는 총사령관의 아들인 아웅 삐 손(36)과 딸 킨 띠리 뗏 몬(39)이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다양한 사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과 관련 사업 6개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아웅 삐 손이 운영하는 의약품 중개업체는 외국계 제약사가 미얀마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당국의 허가를 받아주는 일을 하고 이득을 챙겼다. 제재 대상에 포함된 그의 식당은 매우 싼 임차료를 내고 정부 부지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대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얀마 군부는 반군부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을 이어갔다. EEF통신은 군경의 총격에 11일도 최소 9명의 시민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구금 3시간 만에 시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풀려난 남성은 로이터통신에 “군인들이 ‘다시 체포되면 가족들이 너희의 시신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미얀마 쿠데타 이후 확보한 50여개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군부가 비무장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저격소총 등 전쟁에서 쓰는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에는 경찰이 건네준 소총을 넘겨받은 군인이 누군가를 조준 사격하자, 주변 군경이 모두 환호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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