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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후배들 태움한 간호사가 교수 되다니"…태움 미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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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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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용된 한 사립대 간호학과 교수가 과거 후배 간호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운동선수·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미투'가 확산되는 가운데 간호사들 사이의 괴롭힘인 '태움 ' 역시 온라인 공간에서 폭로 주장이 나온 것이다. 간호업계는 인력 부족 문제를 태움 문화의 근본원인으로 지적하며 현장에서의 간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9일 게제된 '간호사 태움 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청합니다' 글이 5000명에 가까운 동의를 받은 상태다. 현직 간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해당 글 등을 통해 2012~2013년 충북 지역의 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며 선배 간호사 B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고, B씨가 최근 한 사립대 간호학과 교수로 임용됐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2012년 6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충북지역의 한 의료기관 응급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며 당시 7년차 간호사였던 B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B씨가 환자에게서 뽑은 가래통을 뒤집어 씌우고 엑스레이 장비 앞에 보호장비를 벗고 서 있게 종용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업무와 관계없이 무거운 의료기계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오고 가기를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B씨가 근무 시간에 명치를 때리는 등 폭행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청원 글에서 "그 분이 간호학과 교수라뇨? 그 누구에게도 모범이 되거나 가르침을 줘도 될 만한 분이 절대로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A씨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2012년 당시 수간호사에게 '살려달라'고 말했지만 '네가 나중에 B씨보다 일을 잘 하면 그 때 얘기를 들어주겠다'"며 "(선배들 사이에는)'우리 땐 더 심했다'는 인식이 만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B씨에게서 사과를 받고 싶다"며 "지금도 전국에 B씨같은 사람이 수천명이 있을 거다. 태움 관행에 제동을 걸고 싶다"고 했다.

간호업계 관련자는 간호사들간의 '태움' 문화의 근본적 원인을 인력 부족 문제로 보고 인력 확충을 요구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간호사 한 명당 평균 16.3명의 환자를 돌본다. 일반 병원만 따지면 43.6명"이라며 "미국 5.7명, 스웨덴 5.4명, 노르웨이 3.7명 등 외국과 비교하면 3~11배 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분류된다.

협회 관계자는 또 "간호사가 3교대라고 8시간만 근무하는 게 아니다. 인수인계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고 실제 보장받는 휴식시간도 거의 없다"며 "(생명을 다룬다른 데서 오는)긴장감은 도는데 사람이 없다보니 후배에게 짜증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강도 높은 업무 환경이 태움 문화의 원인이라는 분석은 A씨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A씨 역시 "밥이나 물을 제때 못 먹고 못 마시는게 당연한 분위기였고, 2시간 일찍 출근해 2시간 늦게 퇴근했다"며 "탈진하고 쓰러지는 간호사가 부지기수였다"고 회상했다.

대한간호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은 43.3%에 달했다. 협회 관계자는 "간호사처우개선 대책이 2018년 3월 발표됐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담당 인원과 재원이 부족해 지침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폭 미투'에 이어 '태움 미투'가 제기되는 등 온라인 상 특정인을 향한 폭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일방적 주장을 기정사실화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태움 문제가 한동안 사회적 이슈가 됐음에도 지금 폭로가 나온다는 것은 의료계 관행 변화가 미진하다는 걸 방증한다"면서도 "폭로자의 말은 경청하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곧 바로 피의자를 등치시키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혹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매일경제는 B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가 속한 대학 측에 수차례 문의를 했지만 해당 대학 측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답했을 뿐, B씨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윤식 기자 / 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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