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척 슈머(펠로시 의장 오른쪽)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 의사당에서 경기부양법안에 서명한 뒤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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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발작’은 없었다. 인플레이션 우려의 가늠자로 여겨진 2개의 이벤트, 미 국채 입찰과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무사히 넘기면서다. 이날 1조9000억 달러(약 2140조원) 규모의 ‘매머드 부양책’이 미 하원을 최종 통과했지만 안도한 시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금리는 진정세를 보였다. 10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518%까지 내려갔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46%(464.28포인트) 오른 3만2297.02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0.6% 올랐고, 나스닥은 0.04%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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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의 안도는 국내 증시에도 희소식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88% 오른 3013.70에 거래를 마치며 3000선을 회복했다. 6거래일만에 반등이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2.02% 오른 908.01에 장을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6.8원 오른 달러당 1135.9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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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국채입찰 쇼크 없었다…시장 안심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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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0년물 국채 입찰은 '금리 발작'의 첫 번째 변곡점으로 여겨졌다. 시장과 국채 금리의 팽팽한 시소게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의 향방을 가를 변수였기 때문이다. CNBC가 "주식 거래인은 보통 국채 입찰에 대해 말하지 않지만 최근의 주요한 대화 주제가 국채 입찰일 정도"라고 할 만큼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날 진행된 380억 달러 규모의 미국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평균 응찰률(2.38배)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예상보다 저조한 응찰률로 금리 발작 쇼크를 불러왔던 지난달 25일 7년물 국채입찰과는 달랐다. CNBC는 “일본 기관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직접 응찰 비율은 17.8%로 최근 평균(15%)보다 높았다”고 평가했다.
다우지수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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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시장의 큰 손인 일본이 미국 국채 매입에 나설 것이란 기대에 부합하는 수치란 해석이다. 킴벌리 우디 글로볼트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권이 여전히 과매도 상태인 만큼 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 수요가 늘면 채권값이 오르고, 금리는 하락한다.
마크 해펠레 UBS 최고투자책임자는 “금리 상승이 제한되면서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본다”며 “백신 보급으로 경제가 재개될 할 것이고, 경기 부양안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하면 경제에 강한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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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CPI 1.7%…인플레 압력 완화됐다
지난해 11월 미국 콜로라도주 쉐리던의 코스트코 매장에서 삼성전자의 65인치 텔레비전이 전시돼 있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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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입찰과 함께 시장이 예의주시했던 CPI 지수도 안도할 수준이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CPI 상승률은 1년 전보다 1.7%, 지난 1월보다 0.4% 올랐다. 시장의 전망치와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근원 CPI 상승률이 0.1%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월스트리트저널의 0.2%)보다 소폭 낮았다. 근원 CPI는 변동성 높은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물가지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물가지표 중 하나다.
블룸버그는 “중고차와 의류 및 운송 서비스 비용 등이 떨어지며 CPI 상승률이 낮았다”며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됐음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윌렘 셀 HSBC 프라이빗 뱅크 최고투자책임자도 “많은 분야에서 수요가 여전히 약하다는 점이 인플레이션을 제한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상승률 목표치(2%)에 도달할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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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불안한 시장…언제든 금리 오른다
지난 10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의류 매장 모습.[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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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안도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물량 부담이 커지며 금리가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채권 시장에 국채 수급 부담이 본격화할 수 있다"며 "물량 압박에 높은 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하며 물가가 오르면 국채 금리는 다시 들썩일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이미 물가는 낮은 수준이다. 기저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3월부터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다.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탈 대표는 “약 4개월 후엔 CPI가 4%를 넘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채권시장에 정말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토니 보벳 ING 수석 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2분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완료되고 경기부양안에 힘입어 미국인들이 보복 소비에 나서면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최고 3.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장의 변수도 있다. 11일(현지시간) 진행되는 30년물 국채 입찰이 부진하면 시장의 불안감은 다시 한번 커질 수 있다. '금리 발작'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승호·황의영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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