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미·블랙핑크 블링크·엑소 엑소엘...
기후행동 플랫폼 오픈 전 세계 팬들 집결
선한 영향력으로 ‘오락 넘어선 장르’ 주도
K팝 팬덤이 뭉쳐 기후행동 플랫폼을 오픈했다.[K팝포플래닛 캡처] |
“아직은 절대 늦지 않았어요. 우리의 목소리를 사용해요. 인식을 확산하고, 기부하고, 더 많이 배우고, 환경 캠페인을 지원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블랙핑크 팬클럽 ‘블링크 필리핀’)
아미(방탄소년단 팬덤), 블링크(블랙핑크 팬덤), 엑소엘(엑소 팬덤) 등 전 세계 K팝 팬들이 뭉쳤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공식 플랫폼을 통한 본격적인 ‘집단행동’이다. 그간 K팝 팬들이 개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기부를 진행하는 일은 흔했지만, 이처럼 단체 행동을 위해 집결한 것은 처음이다.
K팝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행동 플랫폼 ‘지구를 위한 K팝’(Kpop4Planet·케이팝포플래닛)은 이달 초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플랫폼은 지난 3일 세계야생동물의날을 맞으며 공식적으로 오픈했다. 올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까지 전세계 팬들과 함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이 플랫폼은 엑소의 팬인 인도네시아 대학생 누룰 사리파가 주축이 돼 운영하고 있다. 누룰 사리파는 “이미 전세계 많은 팬들이 이 운동에 지지를 표하며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라며 “K팝 팬 상당수가 지금 어떻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MZ세대다. 기후정의를 위한 행동은 바로 우리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를 위한 K팝’은 K팝 아티스트와 팬덤이 추구해온 선한 영향력을 기후 분야에서도 발휘, 정부와 기업의 미래 지향적인 행동을 위해 다양한 팬들과 연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K팝 개별 팬덤들은 기후위기에 목소리를 높이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1월 인도네시아 16개 K팝 팬클럽은 자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과 홍수 피해지역을 돕고자 약 1억원 규모의 성금을 조성했다. 방탄소년단, 엑소, NCT, 슈퍼주니어, 블랙핑크 등 현지 팬클럽 회원 4만5000여명은 최소 1000루피아(한화 약 80원)부터 가능한 온라인 모금 플랫폼에서 불과 10일만에 1억원을 모아 기부했다. 세븐틴 팬클럽 캐럿은 세븐틴 데뷔 6주년을 기념해 강원도 산불로 소실된 숲 복구를 위한 모금을 진행, 하루 만에 400여명이 700만원 이상을 모았다.
야생동물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에도 K팝 팬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몬스터 X와 전 멤버 원호의 팬클럽 몬베베, 위니 회원들은 세계자연기금(WWF) 등 동물보호단체 기부 내용을 기록하는 ‘MX 동물왕국’이라는 웹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방탄소년단 팬 아미들은 기념일마다 BTS 멤버의 이름으로 멸종위기 동물을 돕기 위한 모금을 수차례 진행했다.
팬덤의 개별 활동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집결시킬 수 있었던 것은 K팝의 주요 팬층인 Z세대의 성향과 K팝 팬덤의 특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 교수는 “충성도 높은 골수팬은 팝 시장에도 존재하지만, 한 장르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난 적은 거의 없었다”라며 특히 “국가적 범위를 넘어 글로벌 범위에서 팬덤 문화가 확산되고 유지되는 것은 독특한 특성이다”라고 설명했다.
특유의 응집력을 지닌 K팝 팬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를 주축으로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K팝의 주요 팬층인 이들 Z세대는 팬덤 활동을 통해서도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종, 젠더를 포함한 양성 이슈, 환경 문제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
해외에선 기후행동을 위한 플랫폼의 등장은 K팝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유도하려는 팬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존 리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사회학 교수는 로이터를 통해 “이런 현상은 K팝이 단순히 생각 없는 오락이 아니라 아이돌 음악에서는 드문 장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