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인건비 중 87%는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출
협정 공백 시 전년도 인건비 지급...무급 휴직 사태 방지
국장급 워킹그룹 통해 '소요형 전환' 논의 가능성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하는 모습 [외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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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방위비 분담금의 인건비 배정 비율의 하한선을 기존의 75%에서 87%까지 확대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의 최소 87%는 방위비 분담금에서 내겠다는 것이다. 이중 85%는 방위비 분담금에서 반드시 지출돼야 하며, 나머지 2%도 채울 수 있도록 양국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에 들어가는 경비이지만, 통상 90% 이상 국내 경제로 환류된다”며 “임금 배정 비율을 명문화함으로써 국내 건설 업계, 군수사업 등으로 직접 환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ㆍ미는 협상이 길어져 협정 만료 기한을 넘겨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게 직전 연도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협정이 제때 타결되지 않더라도 무급 휴직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며 주한미군이 주둔한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체 한국인 근로자의 절반에 이르는 4000여 명이 강제 무급 휴직에 들어간 바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작년과 같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피하고, 한국인 근로자의 고용과 생계가 협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사 [외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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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는 또 협정을 개선하기 위한 워킹 그룹(합동 실무단)의 공동 의장을 기존의 과장급에서 국장급으로 격상하고 관계부처가 참석하도록 했다. 양국은 앞서 2019년 10차 협정 당시 제도 개선 워킹그룹을 구성했다. 협의체의 급을 높인 건 보다 책임 있는 고위급 레벨에서 본격적으로 제도 개선을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한국은 수년째 방위비 분담금 제도를 지금의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응하지 않았다. 총액형은 협정에서 총액을 미리 정하고 어떤 사업에 쓸지 결정하는 방식이고, 소요형은 사업을 선정한 뒤 필요한 예산을 근거로 분담금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미ㆍ일 간 분담금 협정이 소요형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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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형을 따른다고 한국 측 분담금이 반드시 줄어든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방위비 지출 내역을 보다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고 총액 결정이 정치적 상황에 휘둘릴 여지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소요형 전환을 위해서는 한ㆍ미의 실질적 분담 비율을 정확히 따질 필요가 있다”며 “주한미군에 대한 시설과 부지 제공 등 한국이 협정 틀 밖에서 직ㆍ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에 대한 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협상안이 그대로 넘어오면서 한국이 불리한 측면이 컸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지역안보 전략이 바뀌고 있는만큼 이에 따라 유연성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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