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드러낸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한 신도시 개발 예정지. 오상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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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3기 신도시 개발사업이 정부 산하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관계자들의 투기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인근 지자체와 시의회로 불똥이 튀면서 연일 새로운 의혹들이 꼬리를 물며 터져 나오고 있다.
10일 경기 광명시와 시흥시에선 13명의 공무원과 그 가족이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흥지구에서 땅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해당 용지 내 토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난 공무원(가족 포함)은 앞서 확인된 광명시 6급 공무원 A씨를 포함해 모두 14명으로 늘었다.
◆ 광명·시흥에선 공무원 14명 토지 보유 확인…해당 지자체 “업무 연관성 없어”
박승원 광명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개발사업지구 내에서 토지를 취득한 공무원이 6명으로 확인돼 업무상 정보를 이용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땅을 사들인 공무원은 직급별로 5급 2명, 6급 3명, 8급 1명이다. 취득 연도별로는 2015년 1명, 2016년 1명, 2019년 1명, 2020년 3명으로, 땅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의 취득 시점과 겹치는 직원만 4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7월 가학동 소재 임야 793㎡를 자신과 가족 명의로 매입한 A씨는 불법 형질변경 등의 위법 행위가 드러났다. A씨의 땅은 2024년 완공 예정인 광명·시흥테크노밸리와도 붙어 있다. A씨는 사전 개발계획 정보를 갖고 매입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임병택 시흥시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흥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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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지난해 옥길동에 논 334㎡, 노온사동에 논 1322㎡를 각각 매입한 공무원 2명도 적발됐다. 앞서 2019년 광명동에 밭 100㎡, 2016년 노온사동에 대지 124㎡, 2015년 가학동에 밭 1089㎡를 매입한 다른 공무원들도 자체 감사에서 이름을 올렸다. 광명시는 시청 직원 1308명과 광명도시공사 직원 245명 등 1553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취득세 납부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시흥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광명·시흥지구에 8명의 직원과 그 가족이 땅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경매로 제방 91㎡를 취득한 5급 공무원 B씨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1980년부터 2016년까지 땅을 구매하거나 상속받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들 중 6명은 가족 명의로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시흥시의 조사 대상은 시청 공무원 2071명과 시흥도시공사 직원 357명으로, 적발된 8명 중 7명은 자진신고를 했다. 임병택 시장은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정부합동조사단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 시의원들 ‘사정 한파’…“독점·비밀주의 정부 공급 대책이 가져온 결과”
해당 지자체들은 자체 감사 결과, 직원들이 사전 정보를 갖고 토지를 매입했다고 의심할만한 정황은 아직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를 통해 3기 신도시 예정지가 투기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흥시에서는 도시환경위원장을 맡은 시의회 의원이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과림동 임야 111㎡를 딸 명의로 매입해 건물을 지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하남시와 부천시에서도 전·현직 시의원과 가족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해당 지역의 한 시의원은 “얼마 전 중앙당 감찰단에서 전화가 와 가족 명의 땅 소유 여부를 묻더라”며 “이곳에선 사정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광명·시흥지구 외에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고양창릉지구, 과천지구, 남양주왕숙지구, 부천대장지구, 안산장상지구, 인천계양지구, 하남교산지구로 번지고 있다. 광명·시흥지구 토박이인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이곳에선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치면서 한 필지에 수십명씩 지분을 쪼개 팔아치우기도 했다”며 “LH 직원들의 매매가 이뤄진 2017년부터 땅 거래가 급증하고 가족이나 친인척 명의로 땅을 사들이는 경우가 늘었다. 신도시 예정지가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도록 내버려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10일 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박승원 광명시장. 광명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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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지자체와 공기업 등의 자체 감사가 직원 본인과 직계 존비속 등에 한정돼 한계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형제·자매나 친인척의 명의를 활용한 투기를 잡아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한몫’을 노린 투기는 신도시에 포함되지 않은 주변 땅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아 전방위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 공급 대책은 ‘공공을 믿고 맡기라’는 게 기본 방향인데, 독점·비밀을 유지하며 대규모 개발을 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명·시흥=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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