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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엄카’ 대신 ‘내 카드’... 10대, 전용 체크카드로 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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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청소년들 사이에서 부(富)의 상징이었던 ‘엄카(부모 명의 신용카드)’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청소년 전용 체크카드가 메우고 있다. 비록 돈은 부모 계좌에서 빠져 나갈지언정 자기 이름이 박힌 카드를 쓰고 싶다는 청소년기 소비 심리와 예비 금융 소비자인 청소년과 고소득 부모층을 동시에 선점하려는 카드사 수요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간 용인했던 ‘엄카’가 따지고 보면 현행법 위반인 점도 청소년 체크카드 발급을 부채질하고 있다. 금융법에 따르면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는 가족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양도가 금지되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만 12~17세 청소년들도 후불 교통카드 기능이 들어간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동안 만 18세 미만 청소년들은 후불교통카드를 쓸 수 없어 매번 선불교통카드를 충전하거나, 부모 명의의 카드를 빌려 임의로 사용해야 했다.

이후 카드사들은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잇달아 청소년 전용 체크카드들을 내놨다. 이들 체크카드는 상품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업종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해 일반 체크카드와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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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카드가 청소년 전용 카드로 선보인 ‘쏘영 체크카드’. /KB국민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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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카드가 청소년 전용 카드로 선보인 ‘쏘영 체크카드’는 중·고등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업종에 할인 혜택을 넣었다. 전월 카드 실적이 5만원 이상이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이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이용하면 결제 금액의 5%를 할인해준다. 일반 체크카드 전월 실적 기준이 3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이 밖에도 문구점, 스터디 카페나 독서실,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처럼 학생들이 자주 가는 곳에서도 각각 월 최대 1000원씩 할인해준다.

우리카드가 내놓은 ‘카드의 정석 크림틴즈 체크’는 실적 기준이 10만원으로 다소 높다. 대신 할인폭도 그만큼 크다. 버스·지하철을 합해 월 2만원 이상 이용할 경우 10%인 2000원을 돌려준다. 학생들이 자주 가는 서점·편의점·올리브영·패스트푸드점에서 1만원을 넘게 쓰면 1000원을 캐시백해준다. 단, 서점이나 편의점·패스트푸드점 캐시백 서비스는 항목별로 매달 두번만 가능하다.

앞선 청소년 전용 카드들이 독서실과 서점 같은 학업에 초점을 맞췄다면 신한카드가 내놓은 ‘틴즈플러스 포니 체크카드’는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했다. CGV에서 월 1회 2000원, 롯데월드·서울랜드 자유이용권은 연 3회 50% 할인 혜택이 있다.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KFC,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에서는 5000원 이상 결제하면 이용금액의 5%를 캐시백해준다. 단, 월 최대 5000원, 브랜드별 1일 1회로 횟수가 제한돼 있다. 전월 실적 기준은 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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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엔터테인먼트에 특화된 ‘틴즈플러스 포니 체크카드’. /신한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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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삼성카드나 현대카드 같은 기업계 카드사에선 청소년 전용 체크카드를 찾아보기 어렵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건별로 그때그때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결제 계좌이용수수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아래 은행을 둔 카드사들은 같은 계열사 은행을 이용해 수수료 부담을 짊어질 수 있지만, 기업계 카드사들은 이 부담을 떠안기 어려운 구조다.

이들 체크카드가 일반 체크카드처럼 기본적으로 연계한 통장 잔액범위 내에서 결제가 가능하지만, 만 12~13세 사용자의 경우 결제 한도가 일 3만원, 월 30만원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12~13세 사용자는 통장에 4만원이 있어도, 하루에 3만원까지만 결제가 가능한 것이다. 이 결제 한도는 만 14세가 되면 사라진다. 이후에는 은행에 방문하거나 고객센터에 연락해 한도 증액을 요청해야 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청소년 전용 카드는 아직 사용액도 적고, 금융사 입장에서 수익을 내는 시장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앞다퉈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는 건 잠재 소비자인 청소년들을 미리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이런 점을 감안해 기업계 카드사가 끼어들지 못한 자리를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들이 파고 들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 미니’는 별도로 은행 계좌를 트지 않아도 이용가능한 일종의 충전식 선불 카드 서비스다. 반드시 통장 계좌와 연계해야만 하는 카드사 발행 체크카드와는 다르지만, 입금과 이체 뿐 아니라 카카오톡 친구 간 간편이체가 가능하고 체크카드처럼 결제도 할 수 있는 실물카드를 제공해 청소년들로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입은 14살에서 18살 사이만 가능하다. 사실상 중고등학생 전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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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미니’ 카드. /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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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에 보관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50만원까지다. 이용한도는 1일 30만원, 1개월 200만원이다. 카카오뱅크 앱에서 소득공제 신청하기를 통해 미니카드 이용 금액을 부모의 소득공제에 합산할 수도 있다. 잔액과 이용내역 조회는 카카오뱅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가능하다. 카카오뱅크 미니는 서비스 시작 후 한달 만에 사용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비대면 계좌개설이 어려운 중·고등학생들이 스스로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현금보다 분실 위험이 적고 유해가맹점 결제가 불가능해 부모들로부터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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