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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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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지 매입은 바보짓" 변창흠 논리는 1·2기 신도시 방식…"LH직원, 장관보다 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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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장관 ‘내 경험상 메리트 없다’ 했지만
1·2기 신도시와 적용 법률 달라
①현금청산 아닌 ‘협의자 택지’ 받아 가치↑
②프리미엄 붙여 전매도 가능
③작년부터 ‘아파트 특별공급’도 선택 가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를 두둔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거듭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투자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변 장관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신도시 예정지 안의 토지는 전면 수용되며, 이 경우는 LH에 감정가로 땅을 팔아야해 수익성이 나쁘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속속 밝혀지는 LH 직원들의 투기 기법은 변 장관의 논거가 틀렸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신도시 예정지 내에 있어도 1000㎡가 넘는 땅의 주인에게는 보상 명목으로 신도시 내 단독주택용지나 아파트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져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같은 권리는 사고 팔 수도 있어 인기있는 투자수단으로 꼽혀 왔다. 땅투기 논란을 일으킨 LH직원 상당수가 근무했던 과천은 이같은 투자가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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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권한대행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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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장관은 지난 3일 MBC 기자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건 바보짓"이라면서 "수용은 감정가로 매입하니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광명·시흥 지구에 땅을 산 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정보를 알고 미리 토지를 사들인 게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로 한 말이다.

그는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LH 직원들이 광명 시흥의 공공택지 개발을 모르고 투자했을 것이라 발언한 것이 진심이냐"라고 물었을 때도 "제가 아는 경험으로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신도시 주택지구에 포함된 땅이 투자가치가 없다는 생각은 옛말이 됐다. 정부는 2018년 9월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1·2기 신도시 때 적용된 택지개발촉진법이 아닌 공공주택특별법에 근거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 계획이 공개된 후인 2018년부터 광명·시흥 후보지 땅을 사들인 LH직원들은 과거와 달라진 토지 보상 규칙을 적용받게 됐다. ‘신도시’라는 이름은 같아도 토지주에 대한 보상 등의 측면이 크게 변화해, 투기꾼들의 ‘전략’도 함께 달라진 셈이다.

변 장관의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건 바보짓"이라는 말은 광명·시흥지구 같은 3기 신도시 후보지가 아니라 1·2시 신도시에 적용된 보상 규칙을 근거로 한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공공주택특별법은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의 비중을 높이면서 개발단계를 줄여 사업추진 속도를 빠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토지주들에게 당근을 제공했다. 3기 신도시 예정지 내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주에게 감정가로 주어지는 단독주택용지 분양권을 프리미엄을 붙여 시세대로 팔 수 있게 한 것이다.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후보지)에서 땅 사는 건 바보짓’이란 변 장관의 주장이 틀렸다는 이야기다. 변 장관이 보상 방식도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3기 신도시의 근거가 되는 공공주택특별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신도시 계획 발표 전 1000㎡가 넘는 땅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주택지구 내 소유지를 모두 LH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주택지구 내 만들어지는 단독주택용지의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방식으로 LH가 토지주에게 주는 단독주택용지를 ‘협의양도인 택지’ 또는 ‘협의(자) 택지’라고 부르는데, 협의택지 분양가는 감정가 수준으로 제시되며 가격 제한 없이 전매할 수 있다.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일반인들에게 공급되는 단독주택용지 전매가 제한된 것과 대비되는 특혜다. 토지보상법에 따른 이주 대책의 일환이라는 이유다.

1·2기 신도시 근거인 택지개발촉진법은 2007년 이후 협의택지 전매를 할 수 없도록 막고 있고, 예외적으로 전매를 하더라도 분양가 이하로 팔도록 정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제가 아는 경험으로는 그렇다"는 변 장관의 지식도 1·2기 신도시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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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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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 개발 후보지에 1000㎡ 이상의 땅을 구입하는 방식의 투자가 활발했던 지역은 2011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출발한 과천지식정보타운이다. 공공주택특별법은 2014년 1월 개정 전까지는 명칭이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이었다. 즉 협의택지 공급과 그 분양권 전매가 적용된 지역이었다는 이야기다.

2019년 하반기의 LH경기지역본부의 과천지식정보타운 협의택지 공급안내문에 따르면, 협의택지 공급대상자에게는 203~288㎡ 크기의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들이 8억9726만~12억8892만원 선에 공급됐다. 1평(3.3㎡)당 약 1500만원선이다. 211~288㎡ 크기의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는 6억9208만~9억9072만원 선에 공급됐다. 평당 약 1100만원선이다.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당시 과천 구시가지 다가구주택 토지비용은 평당 3500만원선이었다.

이때문에 문제가 된 LH 직원들이 과천의 협의택지 공급 등 과천지식정보타운 사업 경험 등을 바탕으로 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실제 LH가 박상혁 의원실에 제공한 ‘지구 내 토지소유 직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광명·시흥 지구 땅투기 논란을 일으킨 13명의 LH직원 중 8명이 이같은 방식의 보상과 부동산 거래가 활발했던 과천의왕사업본부 근무 경력이 있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5명 중 2명도 과천사업단 근무 경력자의 배우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시흥시 과림동 밭 5025㎡를 사들여 1000㎡ 이상의 필지로 분할해, 1000㎡ 기준으로 협의택지 분양권을 염두에 둔 행동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3기 신도시 예정지 내 1000㎡ 이상을 소유한 토지주가 전체 토지를 넘길 경우 주어지는 ‘혜택’이 더 강화됐다. 단독주택용지와 아파트 특별공급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단, 아파트 특공은 청약 시점에 무주택자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는 지난해 5월 윤곽이 잡히고 9월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른 것으로, 3기 신도시 사업 추진을 돕기 위한 것이다. 과거 1·2기 신도시 근거인 택지개발촉진법이나 도시개발법에 따른 개발사업을 위해 해제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1000㎡ 이상 토지주를 대상으로 가능했던 특별공급을 3기 신도시 근거인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종=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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