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日시민단체도 램지어 비판성명 “위안부 부정론자들 주장 판박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79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에서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일본군 위안부의 실체를 부정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미쯔비시 일본법 교수의 논문과 관련해 일본 내부에서 처음으로 비판이 나왔다.

위안부 문제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10일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 온라인판에 게재된 램지어 교수의 논문 내용을 비판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새롭게 위장된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을 비판하는 일본의 연구자·활동가' 명의로 내놓은 성명에서 위안부를 공창(公娼)과 동일시하는 램지어의 논문은 전문가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명은 램지어 논문에 대해 선행 연구가 무시됐으며, 많은 일본어 문헌을 참고하고 있지만 취급이 자의적이고, 중요한 부분에선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채 주장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위안부 제도가 공창제의 일환이라는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위안소는 공창과 달리 일본군이 직접 지시하고 명령해 설치했다는 것이다. 또 위안부는 일본군이 직접 징모(徵募)하거나 일본군의 지시, 명령을 통해 강제 모집됐다고 밝혔다.

창기(娼妓)나 예기(藝妓), 작부(酌婦)였던 일본인 여성들이 위안부가 된 사례가 일부 발견됐지만, 램지어 교수 주장과 달리 많은 여성은 공창제와 무관하게 계약서가 없는 상태로 사기나 폭력 등에 의해 위안부가 됐다는 사실이 방대한 연구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의 주체적 관여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료의 존재를 무시했다고도 비판했다. 또한 공창제하에서도 예창기 계약은 실제로는 인신매매이고 폐업의 자유가 없었다는 점도 이미 많은 선행연구가 보여주고 있다면서 일본의 공창제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이해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램지어 논문은 위안부에 대해 일본 국가의 책임을 완전히 면제하고, 말단업자와 당사자 여성의 양자 관계만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한 연구자의 저술 차원을 넘어 일본의 가해 책임을 부정하고 싶은 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다'라는 등의 말은 일본이나 한국 등에서 위안부 피해 부정론자들이 반복적으로 주장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를 새롭게 포장한 램지어 논문 내용에 대한 비판을 '반일'이라고 공격하는 등 혐한이나 배외주의에 뿌리 깊은 움직임이 일본사회에서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도 표명했다.

이들 단체는 이런 배경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독(査讀·동료 연구자들의 평가)에 기반해 램지어 논문의 재심사를 진행한 뒤 게재를 철회할 것을 IRLE에 촉구했다.

이날 성명을 발표한 일본의 시민·학술 단체들은 오는 14일 램지어 논문의 문제점을 정밀 분석하고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램지어 논문 사태가 논란이 된 이후 일본 학자와 시민사회가 개최하는 첫 학술 행사다.

세미나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조예가 깊은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일본 주오(中央)대 명예교수, 차타니 사야카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오노자와 아카네 릿쿄대 교수, 후지나가 다케시(藤永壯) 오사카산업대 교수, 이타가키 류타(板垣龍太) 도시샤(同志社)대 교수, 요네야마 리사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김부자 도쿄외국어대 교수, 가토 게이키 히토쓰바시(一橋)대 준교수, 오카모토 유카 '파이트 포 저스티스' 집행위원 등이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여한다.

soohan@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