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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용버들·맹지·쪼개기…'투기' 교육장 된 LH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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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기 의혹지에 숨막힐 정도로 빽빽하게 심긴 용버들 묘목

민심의 공분을 불러온 LH 직원 투기 의혹 사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동산에 대한 생생한 국민 교육장이 되고 있습니다.

연일 언론을 통해 투기꾼들의 기상천외한 '신의 한 수'가 상세하고 밀도 있게 공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서 왕버들로 보도하기도 한 용버들은 쌍떡잎식물로, 여러 종류의 버드나무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반에 생소한 이 나무는 LH 직원 A씨가 광명·시흥 신도시 땅에 심으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A씨는 한 평(3.3㎡)에 한 그루가 적당한 이 나무를 25그루가량 빽빽하게 심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나무들이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토지 보상 업무에 정통한 A씨가 보상을 노리고 이렇게 나무를 촘촘하게 심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반적인 나무는 감정가액이 대충 정해져 있어 많은 돈을 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희귀수종은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LH와 협상을 통해 보상가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이 나무가 속성수라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개발지로 지정돼 나무를 베내거나 옮겨 심어야 할 때 키가 크고 굵을수록 받는 돈의 액수는 커집니다.

나무 시장에서 그루당 2천∼3천 원인 용버들의 어린나무가 몇 년간 자라면 수만 원짜리 '황금가지'로 변모합니다.

땅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맹지도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맹지는 진입로가 없는, 도로에서 떨어진 땅이어서 이런 토지를 잘못 샀다가는 되팔기도 어렵고, 팔더라도 제값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엔 거래가 거의 안 됩니다.

그런데 LH 직원들은 이 땅을 50% 정도 웃돈을 주고 매입했습니다.

신도시 부지로 편입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거래입니다.

'알박기'라는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개발 예정지의 땅을 미리 잽싸게 사들여 건물을 올리거나 나무를 심었다가 사업자에게 고가의 바가지를 씌우고 빠져나오는 투기꾼의 전형적 수법입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최근 공공주택특별법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시흥시 의회 도시환경위원회소속 B의원을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습니다.

사준모에 의하면 B의원과 딸은 신도시 예정지인 시흥시 과림동의 임야 111㎡를 사들여 35㎡짜리 미니 2층 건물을 올렸습니다.

이 건물 바로 옆은 쓰레기 야적장입니다.

이곳이 택지로 개발되면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린 '알박기'가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설명이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분 쪼개기는 건물이나 땅의 지분을 나눠 구분 등기를 함으로써 개발 시 아파트 분양권이나 대토를 많이 받아내는 형태의 투기 행위를 말합니다.

그런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있는 LH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구입한 토지 약 5천㎡를 4개 구역으로 쪼개서 LH의 대토 보상 기준인 1천㎡ 이상을 딱 맞췄습니다.

이런 지분 쪼개기는 고양 창릉 등 다른 3기 신도시 예정지에서 다수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지분 쪼개기는 단독주택 택지나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 관련 공고일 이전부터 1천㎡ 이상의 땅을 갖고 있으면 단독 택지로 대토 보상이나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토보상이라는 용어도 신도시 개발 지구 등에서 땅을 수용당해보지 않은 일반인에겐 낯섭니다.

이는 현금 대신 신도시의 땅으로 보상받는 제도입니다.

택지나 근린생활용지로 땅을 받아 건물을 올리면 가치는 투자비의 몇 배가 될 수도 있습니다.

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의 농지를 사들인 뒤 제출한 영농계획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보통 영농계획서는 농지취득 자격을 얻기 위해 해당 지자체에 제출합니다.

영농계획서를 내고 농지를 매입했다는 건 농사를 짓겠다는 뜻인데 이들은 지목이 논인 곳에 벼를 재배하겠다고 해놓고 불법으로 묘목을 심었습니다.

용버들 사례에서 보듯 작물을 재배하는 것보다 묘목을 심는 것이 나중에 보상을 받을 때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법전에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 원칙이 시퍼렇게 살아있지만, 투기꾼들에게는 뭉개야 돈이 되는 번거로운 조문일 뿐이었습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업무 과정에서 습득한 감정평가나 보상 규정의 맹점을 파고들어 수익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선은 이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 일벌백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떤 수법을 동원해도 투기꾼들에게 돌아갈 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직원들이 버젓이 실명으로 투자한 것을 보면 LH가 오랫동안 각종 대규모 공공 주택 사업을 독점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 이런 투기 수법들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을 수 있다"면서 "개발 예정지 투자를 통한 부당이익에 대해서는 3∼5배를 환수하는 자본시장법처럼 가중처벌해 아예 투기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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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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