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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편지④] 미얀마 시민들이 중국에 분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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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17일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들고 미얀마 군부에 대한 중국의 지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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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37일째인 9일,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지도 한 달이 넘었습니다. 지난달 28일과 지난 3일, 나흘 새 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와 체포된 사람들은 집계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언론에서도 희생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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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3일 군경의 총성에 희생된 만달레이 19살 태권소녀의 사연은 어제, 오늘 미얀마 시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돌아온 그의 싸늘한 주검에는 본인 혈액형과 희생된다면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내용의 명찰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가 입은 검은 티셔츠에 쓰인 ‘모든 것이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는 마치 군부에 맞선 시민들을 위로하는 유언과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그의 장례식이 치러진 다음날인 5일 오후 그의 무덤이 누군가에 의해 파헤쳐 졌습니다. 무덤이 도굴된 사진들이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었습니다. 시민들은 경악했고 자연스럽게 군부의 짓이 아니냐는 의심이 일었습니다. 곧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의 무덤을 파헤치는 사진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습니다. 저녁 시간 관영매체에서는 이를 해명하듯 소녀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주검을 검사했고, 그의 몸에서 나온 총알을 분석한 결과 군경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9일 수도 네피도에서 23살 여성이 시위 도중 사망했을 때도 군부는 같은 내용의 발표를 했습니다.

현재 군부는 관영매체를 통해 무력진압에 대한 정당성을 날마다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비폭력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사망자가 급격히 늘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미얀마 시민들은 한 손에는 나무나 양철로 만든 방패를, 다른 손에는 유엔(UN)과 미국의 조속한 개입을 요청하는 팻말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유엔과 미국이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발동해, 공권력을 가진 군부가 평범한 시민들을 살상하는 미얀마 사태에 서둘러 개입하기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군경의 진압은 점점 강도를 더해 가고, 시민들은 시위 현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유엔의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미얀마 특사는 무력 강경 진압을 자행하는 군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미얀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여부를 놓고 비공개 상임이사국 회의를 열었지만 유엔의 개입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유엔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미·영·프·중·러)의 만장일치 결의가 필요한데, 중국과 러시아가 미온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은 미얀마에서 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어, 미얀마인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미얀마는 중국이 추구하는 대외정책인 ‘일대일로’ 정책에서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1차 관문입니다. 말 그대로 해양으로 통하는 정문과 같은 셈입니다. 미얀마는 광물자원과 천연가스의 보고인데, 국내 자본이 열악해 외국기업에게 자원을 개발하게 하고 그만큼의 가치를 교환하는 정책을 취해왔습니다. 중국은 이미 미얀마 북서부 해상의 천연가스전에서 거대한 관을 연결해, 미얀마 국토를 관통해 중국으로 가져가고 있고 미얀마 북부에서 나오는 대규모 희토류와 석탄도 대량으로 수입해가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미얀마인들의 불신은 중국이 주도하는 동남아 댐 건설 사업에서도 기인합니다. 중국은 미얀마를 포함한 대륙부 동남아 국가 모두를 관통하는 메콩강 상부 댐 건설을 통해 지역 수로를 제어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실제 이를 두고 동남아 국가들과 오래 전부터 분쟁해왔습니다. 미얀마 최북단 에야와디 밋송 댐 건설 정책도 이런 갈등의 한 갈래입니다. 2000년 초 에와야디 밋송 댐 건설 논의가 시작되면서 미얀마 군부는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원조를 받았고 2005년 개발 협약까지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문민정부 1기 때 미얀마 국민들의 거센 반발로 정책이 잠정 보류됐습니다. 2015년 문민정부 2기 때도 중국은 이 계획의 이행을 요구했지만 협의는 무산됐습니다.

지난 6일 현지 언론은 댐 건설이 추진되는 에야와디 밋송 지역의 전력개발을 이유로 통행이 금지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미얀마 시민들은 현 시점에서 통행 금지가 이뤄지는 배경에 오랫동안 댐 건설을 추진해 온 중국의 개입이 있지 않은지 의심합니다.

앞서 지난 1월11~12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미얀마를 공식 방문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면담한 뒤, 이번 쿠데타의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군 사령관과 면담했는데, 이런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는 미얀마 시민들의 속마음은 불편하기만 합니다.

지난 5일 유엔 안보리 총회가 성과없이 끝난 뒤 군부의 진압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대로 군경의 무력진압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간이라는 고대유적지에 수십발의 총알 탄피가 여기저기 흩어졌고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총격 사망사건 이외에 구타로 인한 사망 사건들이 눈에 띄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군경의 잔혹한 폭행 영상과 시퍼런 멍 자국이 선명한 사망자 시신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내일의 생존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민들이 오늘 또 거리로 나가 “군부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칩니다. 이들은 비폭력을 무기 삼아, 언젠가 국제사회의 도움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37~38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자유를 외치고 있습니다.

천기홍 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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