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조원 보상 대상자 중 직원 포함 여부조차 확인 안해
허술한 토지보상관리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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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문제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허술한 토지보상 관리가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토지 투기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전국에서 진행 중인 택지 개발 사업이 100곳에 육박하는 데다 연간 수 조원의 토지 보상비를 집행하고 있음에도 보상 대상자 가운데 직원들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으면서 투기에 대한 불감증을 키웠다는 것이다.
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LH가 작년 말부터 협의 보상에 착수한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 토지보상비로 올해 지출 예정인 예산은 9조1054억원에 달한다. 이는 대토·리츠 방식의 보상을 제외한 순수 현금 보상액 추정치다. 지난해 7조5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21.3%) 가량 늘어난 규모로 2019년(3조8000억원)에 비해선 3배 가까이 뛴 금액이다.
하지만 이처럼 천문학적인 보상비를 지출하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LH는 보상 대상에 자사 직원이 포함돼 있는지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별도 확인해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LH 관계자는 "신도시 등 공공개발 관련해서 현금보상이나 대토보상할 때 LH 직원임을 확인하는 과정은 없고, 이 때문에 별도 보상자 직원 리스트도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이번에 문제가 된 광명시흥지구 등 3기 신도시는 물론 LH가 전국에서 진행 중인 개발 사업 대부분이 사실상 내부 직원의 투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H에 따르면 현재 LH가 전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신도시·택지개발·도시개발·공공주택사업지구는 3기 신도시 6곳을 포함해 97곳에 달한다. 대부분 토지수용 또는 환지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곳이다.
정부가 2·4 대책의 후속조치로 4월 2차 지정할 신규 택지 역시 현재 국토교통부나 LH가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택지개발지구 "83만 가구 공급계획인 2·4 대책 중 전국 택지개발지구 20곳이 사실상 확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택지개발 후보지 리스트를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신도시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조사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후보지 선정 이전에 개발 담당하는 LH나 지방자치단체 개발공사 직원들이 사전 답사를 다니고 선정 당시에는 몰랐다 해도 탈락된 곳은 자연스럽게 지역명이 알려지기 때문에 개발될 예정이라는 점을 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LH 사태가 확산하면서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경기 시흥시의원과 포천시 간부급 공무원을 투기 혐의로 고발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투기제보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에 3기 신도시가 문제가 됐지만 전국에는 작은 부지의 공공택지개발도 상당히 많다"면서 "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도권 등 전국의 공공택지개발 지역으로는 수사를 확대해 의혹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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