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30대 중반 남성이 미성년자에 수회 걸쳐 전화·문자…공포심 느끼기에 충분"
아시아투데이 이민영 기자 = 전화기를 빌려 자신에게 전화를 거는 방법으로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번호를 알아내고 ‘스토킹 문자’를 반복해서 보낸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36)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지하철 수서역 3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피해자인 B양(당시 16세)을 처음 만났다. A씨는 B양에게 전화를 빌린 뒤 자신의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B양을 번호를 알아냈다.
이후 A씨는 약 한 달간 B양에게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귀엽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B양은 A씨에게서 오는 전화에 답을 하지 않고 ‘불편하니 문자를 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문자로 전달했으나, A씨는 이를 무시한 채 ‘이번 주 일요일에 2:2로 만났으면 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또 A씨는 B양이 수신을 차단하자 발신자 번호표시가 제한된 번호로 계속해 전화를 시도했다. A씨는 B양의 가족이나 친구가 전화를 받으면 바로 전화를 끊으면서도 ‘나는 너를 안다’는 문자를 보내 공포심을 유발하기도 했다.
A씨는 재판과정에 들어 “B양이 교제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생각해 연락했고, 연락을 받지 않아 확인하기 위해 문자를 보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30대 중반의 남성인 피고인이 처음 만난 16세 여학생인 피해자에게 그 의사에 반해 수회에 걸쳐 전화를 걸고 문자를 전송하며 외모를 언급하거나, 교제를 요구한 행위는 피해자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B양이 교제에 동의했다는 A씨의 주장과 관련 “B양은 피고인에게 연락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문자를 보냈고, 계속되는 피고인의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며 “피고인 스스로도 피해자가 자신의 번호를 차단한 사실을 알고 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사를 명확히 알고도 이를 무시한 채 계속 연락을 시도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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