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친절하게 '김소현의 백브리핑' 시작합니다.
첫째 브리핑 < 꼭 필요한 '치맛바람' > 입니다.
흔히들 치맛바람이라고 하면 '극성스러운 엄마' 같은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죠.
하지만 치맛바람이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군부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들이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미얀마로 가보시죠.
도로에 웬 치마들이 잔뜩 내걸려 있습니다.
바로 미얀마 여성들이 입는 전통 치마, 타메인입니다.
그런데 영상 자세히 보시면, 치마가 걸린 빨랫줄 뒤로 시위대가 대열을 이루고 있습니다.
글쎄요. 실탄사격 마구 해대는 군인들 맞서기에 헝겊치마라 너무 약해 보이죠.
미얀마엔 치마 밑을 지나면 행운을 잃는다, 이런 미신이 있는데 그걸 믿는 군인들이 주춤거리게 된다는 겁니다.
[미얀마 시위자 : 혹시나 군인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면 치마를 보고 주춤거리는 사이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예요.]
정말 이 작전이 통할지 볼까요? 이 청년의 말, 진짜였습니다.
밑으로 달려가면 될 걸 장애물 달리기라도 하듯 해야 하니까 확실히 속도는 늦을 수밖에 없겠네요.
아예 빨랫줄 밑에 군 총사령관의 얼굴을 그려 넣거나 치마 밑에 사진을 걸어두는 시위대도 있습니다.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들이 아예 타메인, 치마 시위를 벌였고 치마를 시위대의 깃발로 삼는 포스터도 등장했습니다.
이 미신엔 여성 차별적 기원이 있으려니,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미신에 기대서라도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대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조용히 품어봅니다.
다음 브리핑 < '딱 걸린 생방송' > 입니다.
부산의 '소울푸드' 하면 이 음식을 빼놓을 수가 없죠?
팔팔 우려낸 육수에 두툼하게 썰어낸 돼지고기, 바로 돼지국밥입니다.
유명 인터넷 방송인이 부산의 국밥집에서 생방송을 했습니다.
친척의 식당에서 서빙을 하면서 자신을 보러온 손님이 낸 돈의 두 배를 코로나로 힘든 이들에게 기부하겠다, 이런 좋은 취지로 일종의 공익방송을 한 셈이죠.
특별방송이니만큼 카메라도 주방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직접 담그시는 겁니까 김치를? (네, 네~) 이야~ (맛있게 담급니다~) 김치를 너무 많이 주신단 말들이 많던데…]
보셨나요? 정겨운 대화가 오가는 속에 스쳐 지나간 소름 돋는 장면.
분명히 손님들이 먹고 치운 쟁반에서 내린 깍두기인데, 새로 내주는 깍두기를 퍼가는 그릇에 다시 담는 모습.
카메라도 순간 놀랐는지 황급히 시선을 옮기는데요.
[(손이 커요.) 손이 크다! 실제로 손이 크십니다. (크죠~) 원래 이런데 김치 뜨라고 많이 놔두는데 김치를 처음부터 많이 주시네~]
어쩐지 수습이 잘 안 되는 느낌이죠?
역시나 이미 생방송은 시청자들에 퍼진 상황이었습니다.
온라인에선 음식으로 아나바다, 아껴 쓰고 나눠 쓰는 운동하는 거냐, 이런 비판 이어졌습니다.
결국 이렇게 사과방송까지 했습니다.
[김치가 저는 생각에 깨끗해서 그냥 순간적으로 넣다가 보니까 그렇게 됐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처음 일을 하러 나왔고… 죄송하고 제가 정말 잘해서, 다음부터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잘 이해 좀 해주시고 처음, 지금부터 정성껏 정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이죠.
이 식당, 15일간 문을 닫게 됐습니다.
반찬 재활용, 법으로 금지된 일인 데다가, 코로나로 동행끼리도 반찬 덜어 먹기 캠페인까지 벌이는 마당에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농림축산식품부 유튜브 : 적과의 동침, 공공의 적이다. 앞접시와 국자가 투입되고…음식을 덜어요. 걱정을 덜어요.]
세상 나쁜 일, 아무도 모를 거 같지만 결국 걸리게 마련이죠.
특히 이번엔 생방송으로 '딱 걸린' 경우였습니다.
오늘 백브리핑, 여기까집니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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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브리핑 < 꼭 필요한 '치맛바람' > 입니다.
흔히들 치맛바람이라고 하면 '극성스러운 엄마' 같은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죠.
하지만 치맛바람이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군부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들이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미얀마로 가보시죠.
도로에 웬 치마들이 잔뜩 내걸려 있습니다.
색상도 무늬도 참 다양하죠.
바로 미얀마 여성들이 입는 전통 치마, 타메인입니다.
그런데 영상 자세히 보시면, 치마가 걸린 빨랫줄 뒤로 시위대가 대열을 이루고 있습니다.
글쎄요. 실탄사격 마구 해대는 군인들 맞서기에 헝겊치마라 너무 약해 보이죠.
사실, 여기엔 미신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미얀마엔 치마 밑을 지나면 행운을 잃는다, 이런 미신이 있는데 그걸 믿는 군인들이 주춤거리게 된다는 겁니다.
[미얀마 시위자 : 혹시나 군인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면 치마를 보고 주춤거리는 사이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예요.]
정말 이 작전이 통할지 볼까요? 이 청년의 말, 진짜였습니다.
군인들이 치마가 걸린 빨랫줄을 밑으로 지나지 않고 위로 넘어 가는 거 보이시죠?
밑으로 달려가면 될 걸 장애물 달리기라도 하듯 해야 하니까 확실히 속도는 늦을 수밖에 없겠네요.
아예 빨랫줄 밑에 군 총사령관의 얼굴을 그려 넣거나 치마 밑에 사진을 걸어두는 시위대도 있습니다.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들이 아예 타메인, 치마 시위를 벌였고 치마를 시위대의 깃발로 삼는 포스터도 등장했습니다.
치맛바람에 자신의 운을 뺏길까 두려워하는 군인들, 총칼로 잠깐의 승리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미 정신은 패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미신엔 여성 차별적 기원이 있으려니,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미신에 기대서라도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대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조용히 품어봅니다.
다음 브리핑 < '딱 걸린 생방송' > 입니다.
부산의 '소울푸드' 하면 이 음식을 빼놓을 수가 없죠?
팔팔 우려낸 육수에 두툼하게 썰어낸 돼지고기, 바로 돼지국밥입니다.
유명 인터넷 방송인이 부산의 국밥집에서 생방송을 했습니다.
친척의 식당에서 서빙을 하면서 자신을 보러온 손님이 낸 돈의 두 배를 코로나로 힘든 이들에게 기부하겠다, 이런 좋은 취지로 일종의 공익방송을 한 셈이죠.
특별방송이니만큼 카메라도 주방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직접 담그시는 겁니까 김치를? (네, 네~) 이야~ (맛있게 담급니다~) 김치를 너무 많이 주신단 말들이 많던데…]
보셨나요? 정겨운 대화가 오가는 속에 스쳐 지나간 소름 돋는 장면.
분명히 손님들이 먹고 치운 쟁반에서 내린 깍두기인데, 새로 내주는 깍두기를 퍼가는 그릇에 다시 담는 모습.
카메라도 순간 놀랐는지 황급히 시선을 옮기는데요.
[(손이 커요.) 손이 크다! 실제로 손이 크십니다. (크죠~) 원래 이런데 김치 뜨라고 많이 놔두는데 김치를 처음부터 많이 주시네~]
어쩐지 수습이 잘 안 되는 느낌이죠?
역시나 이미 생방송은 시청자들에 퍼진 상황이었습니다.
온라인에선 음식으로 아나바다, 아껴 쓰고 나눠 쓰는 운동하는 거냐, 이런 비판 이어졌습니다.
결국 이렇게 사과방송까지 했습니다.
[김치가 저는 생각에 깨끗해서 그냥 순간적으로 넣다가 보니까 그렇게 됐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처음 일을 하러 나왔고… 죄송하고 제가 정말 잘해서, 다음부터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잘 이해 좀 해주시고 처음, 지금부터 정성껏 정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사후약방문이죠.
이 식당, 15일간 문을 닫게 됐습니다.
반찬 재활용, 법으로 금지된 일인 데다가, 코로나로 동행끼리도 반찬 덜어 먹기 캠페인까지 벌이는 마당에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농림축산식품부 유튜브 : 적과의 동침, 공공의 적이다. 앞접시와 국자가 투입되고…음식을 덜어요. 걱정을 덜어요.]
세상 나쁜 일, 아무도 모를 거 같지만 결국 걸리게 마련이죠.
특히 이번엔 생방송으로 '딱 걸린' 경우였습니다.
오늘 백브리핑, 여기까집니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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