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0 부산 여성 온라인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가 비대면 면접을 보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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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앞두고 회사와 출산휴가를 논의하던 중 해고를 통보받았습니다. 해고 사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상의 이유’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회사는 제가 일한 부서에 구인공고를 올렸습니다.”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직장 내 출산전후 휴가 관련 갑질 사례다.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떨어진 배경으로 ‘아이를 자유롭게 낳을 수 없는 직장 환경’이 꼽힌다. 직장갑질119는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불법이지만, 처벌을 받는 사용자는 거의 없다”며 “이런 나라에서 누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겠나”라고 강조했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었던 지난해의 고용 충격은 여성에게 더 컸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는 전년 대비 13만7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 감소 폭(8만2000명)의 1.67배 수준이다. 증가 흐름을 이어가던 여성 고용률도 꺾였다. 지난해 15~64세 여성 고용률은 56.7%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일자리 상황이 여성에게 더 혹독했던 이유는 불평등한 노동시장 구조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불안한 임시직 비중은 남성이 15.5%인 반면 비해 여성은 30.2%에 이른다.
2020년 전체 취업자 수 감소 상위 3개 업종의 성별 감소 규모와 성별 종사자 지위별 임금근로자 비중. 고용노동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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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일, 남성의 일로 각각 나뉘는 성별 직종 분리도 문제다. 직종별로 성 비중 격차가 벌어져서 코로나19 사태처럼 위기가 발생하면 특정 성에 피해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40만5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하며 피해가 컸던 3개 업종(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에서도 줄어든 취업자 중 62%인 25만1000명이 여성이었다. 휴교‧휴원 등으로 인한 여성의 ‘독박 육아’도 늘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여성을 비롯해 청년, 중‧장년 등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를 직접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넣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아동 돌봄 8000명, 특수학교 방역 3000명 등 돌봄‧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총 7만7000개의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경력 단절 여성을 뽑는 기업에 특별고용촉진 장려금을 지급하고, 여성 인턴을 채용한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등 청년 대책과 큰 차이가 없다.
전문가는 여성 일자리의 체질 개선과 함께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당장의 위기를 빠르게 진정하기 위해서 여러 대책을 내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여성이 많은 일자리일수록 임금이 낮고 불안정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런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이들을 더 나은 일자리로 전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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