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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전동욱 한컴로보틱스 대표 | “5년 내 1가구 1로봇 시대 온다” ‘토키2’로 시장 선점 나선 한컴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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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도착해 대문을 열면 이족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먼저 나와 인사를 건넨다. 밤 9시가 넘어 아이가 잠잘 시간이면 로봇이 아이 옆에서 내 목소리로 책을 읽어준다. 아이의 영어교육은 이미 로봇이 접수했다. 발음교정부터 대화, 문법까지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부모님께 사다드린 로봇은 늘 먼저 말을 걸며 약 먹을 시간, 취미활동 할 시간, 실내에서 운동할 시간까지 꼼꼼히 따져 묻고 답한다. 치매예방은 물론 대화상대로도 그만이다. 이쯤 되면 반려로봇이 따로 없다. SF영화 속 미래 얘기 같지만 지금까지 나열한 모든 장면은 실제로 올 하반기에 실현될 예정이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할 주인공은 지능형 로봇 전문기업 한컴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토키2’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그룹 계열사인 한컴로보틱스의 전동욱 대표는 “5년 후 1가구 1로봇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에서 어려움도 많지만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위해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이족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타입의 홈로봇은 토키2가 처음”이라며 “아이들을 위한 에듀테크시장과 어르신을 위한 실버시장을 중심으로 홈로봇의 대중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컴로보틱스는 현재 한컴그룹의 AI기술을 적용해 음성인식과 지식검색, 사람인지, 인물 식별 등이 가능한 홈로봇 ‘토키1’을 양산해 판매 중이다. 그러니까 토키2는 토키1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토키는 초등 어학학습에 특화된 교육 콘텐츠를 탑재해 한국어와 영어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고 특히 영어 문법과 발음 교정도 받을 수 있다. 한컴로보틱스는 지난해 영어교육 브랜드 윤선생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카카오 계열사인 육아 플랫폼 기업 키즈노트를 통해 토키를 공급하고 있다.

매일경제

전동욱 한컴로보틱스 대표


▶최근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컴로보틱스의 새로운 성장 동력도 역시 로봇입니다. 현재 ‘토키2’ 개발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올 하반기, 빠르면 10월 안에 출시가 목표여서 제 업무의 80%는 여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회사인 한컴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한컴로보틱스도 꾸준한 성장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지난해 매출액은 약 30억원입니다. 그룹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지만 매년 우상향하고 있어요. 사실 국내 로봇업체들의 규모나 매출 수준은 비슷합니다. 아직 제품 자체가 목업(Mock-Up)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죠. 쉽게 말해 양산을 못하고 있어요. 300여 개가 난립했던 1세대 로봇회사들이 3년여 전에 거의 정리가 됐습니다. 구조조정을 거친 셈이죠. 현재 살아남은 몇몇 기업이 앞으로 이 분야를 주도해나갈 것 같습니다.

▶매출규모만 보면 사실 미미한 수준인데, 한컴그룹이 로봇사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희는 로봇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로봇에 필요한 모든 요소기술을 다 갖고 있거든요. 하드웨어를 비롯한 AI기술, 국내 1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내장형 프로그램) 기업인 한컴MDS의 기술까지 자체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한 구조지요. 궁극적으로 AI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 로봇이 한 축을 담당할 겁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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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키2’ 사전주문 이미 ‘토키1’ 판매량 넘어서

▶한컴로보틱스의 토키1은 양산을 거쳐 판매 중인데요. 국내에서 판매되는 유일한 제품인 겁니까.

▷그렇죠. 현재 유일하게 판매되는 B2C 로봇입니다. B2B 분야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국내 업체들이 크게 성공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토키2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은데요. 올해 어느 정도 성장을 기대하십니까.

▷우선 토키2의 개발이 중요하죠. 또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그룹을 중심으로 네트워크와 마케팅 분야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토키1은 총 400대가 판매됐는데, 토키2의 국내 프리오더가 이 숫자를 이미 뛰어넘었어요. 올해는 토키2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3~4배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 CES 2021에서도 주목받는 제품으로 꼽혔는데, 그 영향도 있나봅니다.

▷현장에서 주목할 만한 10대 제품으로 선정이 됐는데, 전 세계적으로 에듀테크를 로봇에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있다면 인지발달장애아를 대상으로 개발한 미국의 탁상용 사이즈 로봇 정도인데, 토키2는 크기와 수준이 많이 다른 제품이라 주목받은 것 같습니다. 물론 CES에서의 결과도 중요한데, 전 새로운 디바이스에 대한 니즈가 더 강했다고 보고 있어요. 현재 저희는 홈로봇을 통한 에듀테크시장과 실버시장 두 곳을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에듀테크시장에 포커스를 맞춰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의외로 실버시장에서의 니즈도 꽤 많더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어떻게 공략하고 있는 겁니까.

▷어제도 국내 유명 교육 기업과 미팅이 있었는데, 어학관련 콘텐츠 제휴나 교육 관련 콘텐츠 공유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토키2가 교육시장의 새로운 플랫폼이 되는 거죠. 홈로봇에 관련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또 하나의 가족이 되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I 기반의 학습이에요. 현재 아이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는 휴대폰이나 태블릿PC가 매개체인데, 단순히 화면을 보고 말하는 수준입니다. 토키는 대화상대를 인지하고 사람의 감정을 읽어요. 사람과 대화하면 몸이나 팔을 움직여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훨씬 친밀한 교류가 가능합니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많은 부분이 부족하지만 10년 내에 로봇이 새로운 가족이 되는 세상이 반드시 올 겁니다.

▶토키2에 탑재된 AI의 수준이 궁금한데요.

▷딥러닝이 가능합니다. 학습을 통해 점차 대화의 범위와 깊이를 더해가죠. 또 기본적으로 영어와 한국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도 차별화된 장점 중 하납니다.

▶그럼 현재 판매 중인 토키1과 토키2는 어떤 점이 다릅니까.

▷우선 토키1은 5년 전 디자인이에요. AI 수준이 살짝 부족하죠. 토키2에는 한컴그룹이 갖고 있는 첨단 AI 기술이 그대로 탑재될 예정입니다. 또 최대한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완성될 겁니다. 토키1은 다리 부분이 고정돼 있었는데, 토키2는 이족보행이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살피고 같이 놀아주는 역할이 가능하죠. 실제로 토키2는 엄마나 아빠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게 가능합니다. 이 외에도 개인비서 서비스라고 해서 미리 등록된 100명과 이름을 부르면서 대화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 약 드실 시간이에요” 또는 “요즘 ‘테스형’이 유행인데 한번 들어 보실래요”라면서 자체 스피커로 음악을 내보내고 춤도 춥니다. 기본적으로 홈 IoT 기능이 있어서 어떻게 활용성을 높일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는 단계죠. 토키1은 현재 키자니아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모바일 앱으로도 구동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앱을 통해 원격제어에 나서기도 하고 또 코딩기능을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매일경제

한컴로보틱스가 올 하반기에 출시할 ‘토키2’


어르신에게 먼저 말 거는 휴머노이드

▶실버시장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해 보이는데요.

▷실버시장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기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또 그 회사들이 지금까지 태블릿PC나 휴대폰으로 실버세대에게 접근했고 대부분 실패했지요. 왜냐하면 태블릿이나 휴대폰은 먼저 말을 걸지 않거든요. 그런데 토키2는 먼저 말을 겁니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구동되며 어르신을 케어하고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AI 스피커의 휴머노이드 단계, 로봇 휴대폰으로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인데요.

▷현재 토키1은 385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격적인 부담이 크죠. 저도 그렇거든요.(웃음) 지금까지 좋은 홈로봇들이 여럿 나오기도 했는데, 대부분 500만~1000만원대까지 가격이 비쌌습니다. 선뜻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죠. 어쨌든 가격은 10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와야 합니다. 토키2도 그렇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론 싼 가격은 아니지만 성능을 생각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1가구 1로봇 시대의 도래를 말씀하셨는데, 로봇이 인간의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분명 5년 내에 1가구 1로봇 시대가 올 겁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10년 후에는 로봇과 함께 산책을 나갈 수준까지 발전할 거예요. 사실 현재 기술로도 가능한 수준인데, 가격이 엄청나기 때문에 양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토키2 이후 모델로 이미 ‘토키3’는 기획에 들어갔고, 토키4, 5 등 시리즈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우선은 시장에 론칭을 하고 홈로봇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국내 프리오더 외에 해외 수출 계획도 있을 텐데.

▷그룹 내 수출부서와 논의 중인데, 생산량의 30%는 수출할 계획입니다.

▶어떤 분야든 선도하는 입장에선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인데요.

▷가장 큰 어려움은 아직 우리가 상상하고 만들고 싶은 로봇에 비해 기술이 미치지 못한다는 거죠. 뛰어난 AI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해도 다른 기업들과의 교류와 제휴를 통해 구현되지 않았던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아직은 기술보다 생각이 앞서고 있어요. 그런 점이 가장 어렵습니다.

▶로봇에 적용되는 기술이 꼭 하나의 플랫폼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이를 이용한 한컴로보틱스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현재 한컴로보틱스는 홈로봇, 안내로봇, 물류로봇 등 3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류로봇도 앞으로 큰 성장이 예상됩니다. 이 분야도 사업을 유지하겠지만 저희는 홈로봇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로봇은 사람과 함께 집밖으로 나가야 하거든요. 우선은 그 정도 수준까지 가는 게 목표입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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