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헤지수단 관심 한몸에...
글로벌 부호들 잇단 ‘힘 싣는 발언’ 속
금 ‘특수한 가치’ 대체 회의적 시각도
디지털 화폐 발행은 위기이자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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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이후 그야말로 폭등한 비트코인이 논란의 와중에서도 5만 달러 선을 지키면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경제가 확산되면서 가상자산의 가치도 새롭게 평가받는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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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 혹은 ‘미래형 금’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정작 기존의 금 값은 지난 해 하반기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던 이후에는 오히려 내리막이다. 금 값의 하락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교차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산 특징 측면에서 비트코인과 금은 상당히 닮았다. 공급량이 제한돼있고 거래가 용이하며,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위기로 각국이 이른바 ‘무제한 통화공급’에 나서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 추이는 비대면 결제가 일반화되면서 사이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흐름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100 차트와 비트코인 가격은 함께 움직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자결제대행(PG) 업체 다날의 자회사인 다날핀테크가 비트코인 즉시결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금값은 증시 하락에 연동하는 추이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역할에 의문을 피우고 있다. 코로나19 팬더믹이 극심했던 지난 6월에 200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상승을 지속하던 금 선물은 1700달러 선에 턱걸이 한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이달 4일 종가 기준 4만9815.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상승세가 붙기 시작했는데 1월 말 잠시 주춤하다 지난달 21일 5만7433.8달러로 종가 기준 신고가를 찍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금의 약 20배다.
가상자산에 힘을 싣는 부호들의 목소리도 꾸준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테슬라의 보유자산 중 7.7%에 달하는 15억달러(1조 6867억원)을 지난 1월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인 캐시우드 역시 “비트코인은 미래 예비통화”라고 언급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짐 로저스도 “비트코인을 사지 않은 것 후회한다”고 말했다. 블랙록 등 대형 자산운용사와 기관 투자자들도 올해 들어 비트코인 투자를 공식화했고 최근 JP모건과 같은 투자은행(IB)은 비트코인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경우 전통적인 대체자산보다 변동성이 높고 중앙은행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금의 지위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결제가 잦아지면서 비트코인 수요도 늘었다고 하지만 지급결제가 이뤄지려면 가치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현재 비트코인은 투기 대상으로서 자산 성격이 강해, 법정 자산이 비대면 결제에서 잘 작동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이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도 “펀드 등이 비트코인을 담으면서 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이로 인해 비트코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으로 비트코인이 금의 가치를 대신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표 대체자산인 금의 자리를 비트코인이 차지하면서 금이 소외될 수는 있지만, 금은 중앙은행이 매입하고 인정하는 유일한 대체자산”이라며 “화폐와 가장 유사한 권한을 가진 것은 금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세계금협회(WGC)는 비트코인과 금이 동일시될 수 없는 이유로 ‘금의 특수한 가치’를 강조했다. 협회는 금의 문화적, 종교적 가치를 언급하며 인도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금은 신념과 연관이 된다고 분석했다. 또 컴퓨터, 휴대폰 다양한 고급 전자제품에 사용된다며 “금은 여타 자산과는 구분되는 특성을 지닌 자산”이라고 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지금은 비트코인이 헤지 수단이라며 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금은 귀금속이라는 점에서 고유 투자가치가 존재한다”며 “비트코인은 미래 사용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완전대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부터 거래량과 선물 미결제약정 규모가 늘어나며 과거에 비해 변동성도 줄어들고 있다. 거래기록을 대조함으로써 위조 방지 및 보안이 강화된 블록체인 기술이 유통, 통신 분야를 막론하고 여러 분야에 쓰이면서, 이 기술이 적용된 비트코인을 재평가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비대면 경제가 보편화되면서 가상자산이 화폐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체적인 역할과 기능을 가진 자산으로서 지위를 얻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중앙은행들의 디지털 화폐 발행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도 있다. 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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