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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다 잘될거야’ 여성 주검 도굴 미얀마 군부 “우리 탄환 아냐” 오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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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방송 통해 “불안 증폭시키려는 이들 소행”

시민들 ‘군부가 치알 신과 가족 모욕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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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거리 시위 도중 사망한 치알 신(19)의 생전 모습.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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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군부 총격으로 사망한 19살 미얀마 여성의 시신을 군부가 강제 도굴·조사한 뒤, 자신들에 의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군사 정권이 자신들의 만행을 숨기고 시민들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7일 <로이터> 통신과 <이라와디>,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6일 국영방송인 <엠아르티브이>(MRTV)를 통해 “경찰과 판사, 의사들이 19살 여성 치알 신의 주검을 발굴해 외과적 조사를 했다”며 “치알 신이 머리 뒤쪽에서 관통상을 입었다. 뇌에서 1.2㎝×0.7㎝ 크기의 납 조각이 발견됐는데, 이는 경찰이 사용한 총탄과 다르다”고 밝혔다. 국영방송은 치알 신의 뒤쪽에서 38구경 탄환이 발사됐을 수 있다며 “불안을 조성하려는 이들에 의해 암살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치알 신의 사망 원인이 군부의 총격이 아니라, 불안을 증폭시키기를 원하는 시위대 쪽에서 발사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가 시민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거짓 주장을 펴며, 치알 신과 그의 가족에게 큰 모욕을 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시 목격자들은 치알 신이 사망한 지난 1일 만달레이의 시위 현장에서 군부가 실탄 사격을 했다고 증언했다. 또 <로이터> 통신에 찍힌 당시 현장 사진을 보면, 치알 신이 경찰을 뒤로 한 채 시위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있다. 치알 신의 뒤통수에 맞은 총탄이 경찰에 의해 발사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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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미얀마 만달레이 치알 신의 묘지 부근에 장화와 마스크 등이 버려져 있다. 치알 신의 시신을 조사한 이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사진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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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공식 절차 없이 이뤄진 치알 신 묘지 발굴과 시신 검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군부는 지난 5일 오후 3시께 치알 신이 매장된 만달레이의 한 묘지에 군인과 의사 등을 보내 시신을 검사했다. 이들은 묘지 입구를 봉쇄한 뒤, 직원에게 총을 겨눴고 곧 치알 신이 매장된 묘지를 파헤쳤다. 경찰과 군인 등 최소 30명이 동원됐고, 현장에서는 고무장갑과 부츠, 수술 가운 등이 버려진 채 발견됐다. 한쪽에는 핏자국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는 “의사로 보이는 이들이 치알 신의 머리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했고, 시신에서 작은 조각을 꺼내 서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국영방송은 군부가 치알 신의 가족들에게 부검 허락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으나, 가족들이 허락했는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만달레이에 거주하는 19살 여성 치알 신은 지난 3일 만달레이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사망했다. 그의 사망 당시 사진과 시위 사진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그의 옷에 적힌 ‘잘 될 거야’라는 문구가 시위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치알 신은 태권도 사범과 댄서로 활동했고, 시위 참여 직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시신을 기증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 했다.

앞서 군부는 지난달 9일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열흘 만에 숨진 먀 뚜웨 뚜웨 카인(20·여)의 사망과 관련해서도 경찰의 탄환과 다르다며 책임을 회피한 바 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계속 발포를 하고, 주변에 있던 카인이 갑자기 쓰러지는 모습이 등장한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최근 인도에 공문을 보내, 인도로 피신한 미얀마 경찰을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양국 관계의 우호를 위해 인도 영토에 도착한 경찰 8명을 미얀마로 돌려달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미얀마 경찰 등 약 50명이 군부의 통제를 피해 인도로 피신했고, 80여명이 인도로 넘어가기 위해 국경에서 대기 중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이 이날 보도했다. 인도는 최근 월경 사례 등을 고려해 미얀마의 공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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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알 신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미얀마 시민의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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