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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점점 높아지는 코로나 ‘베이스라인’…이대론 4차 유행 하루 4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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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시작점 확진자 수 비례해 정점 높아져
"한 달 뒤 4차 유행, 정점 4000명"
2차(50→441명)·3차(100→1240명) 유행 전례
"베이스라인 높아져"…"방역·백신이 최선"

조선비즈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가로축은 날짜(지난해 2월 1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세로축은 확진자 수다. 지난해부터 세 차례 유행을 거듭하면서 베이스라인이 400명대로 높아졌다. /월드오미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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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작 시점의 확진자 규모인 ‘베이스라인’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높은 베이스라인으로 유행이 시작되면 유행의 정점도 높아진다. 이르면 한 달 뒤 4차 유행이 시작되면 하루 최대 4000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6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유행의 출발점(베이스라인)이 높아지면 봉우리(정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가 지역사회 깊숙이 퍼져 방역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베이스라인은 유행 직전 평상시의 확진자 규모다. 유행이 시작되면 이 규모가 배가(倍加)되는 방식으로 확진자 수가 늘어난다. 날짜별 신규 확진자 수 그래프를 그리면 산(山) 모양으로 그려지는 유행 국면 사이에, 평지로 그려지는 진정 국면인 베이스라인이 있다. 이 베이스라인의 높이가 유행을 거듭하면서 점점 높아지고, 산의 높이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내 2, 3차 유행의 통계를 살펴보면 베이스라인과 정점 높이가 서로 비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지난해 8월 2차 유행 직전의 하루 확진자 수는 약 50명이었다. 정점이었던 같은 달 27일 하루 확진자 수는 441명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3차 유행 직전엔 하루 약 100명이 확진됐다가, 정점이었던 12월 25일엔 하루 1240명으로 늘었다. 두 유행 모두 정점이 베이스라인의 약 10배로 높아진 것이다.

4차 유행의 베이스라인은 하루 확진자 400명 수준으로 굳어지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하루 확진자 수는 344~415명을 오갔다. 앞으로 한 달 뒤까지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날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 정일효 부산대 수학과 교수 등 수리모델링 전문가들은 현재 방역 상황이 유지될 경우 적어도 다음 달 1일까지 하루 4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일제히 내놨다.

한 달 뒤는 정부와 전문가들이 4차 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 시점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4일 "많은 전문가들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3월 말이나 4월 초에 4차 유행이 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도 이날 "현재 (코로나19 확산 추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다음 달 초 4차 유행이 온다는 결과가 나온다"라며 "베이스라인을 지금보다 더 낮추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어서 확산 규모가 (3차 유행보다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정부의 시기적절한 고강도 방역 시행을 가정해 정점 때 하루 확진자가 1000~2000명 나올 거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지난 유행들의 경향을 그대로 따른다고 가정하면 베이스라인(400명)의 10배인 4000명이 하루 만에 확진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실제로 이상일 울산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포럼에서 "현재는 (하루에) 약 400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4차 유행의 정점에는 하루 4000명 가까이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베이스라인은 유행 시 확산 규모뿐만 아니라 유행 현실화의 가능성도 키운다. 유행을 억제하기 위해 방역당국이 평소에 관리해야 할 감염자 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유행이 찾아오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스라인은 앞으로도 꾸준히 높아질 전망이다. 유행 진정을 넘어 베이스라인을 낮추기 위해서는 ‘감염 재생산 지수’(Rt·감염자 1명이 추가로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를 장기간 0.8 이하로 유지해 신규 감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하지만 고강도 방역과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으로도 Rt를 이렇게 줄이기는 쉽지 않다. 정 교수는 "그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라며 "앞으로 베이스라인이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방역의 우선 목표는 Rt를 1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Rt가 1이면 감염자 1명이 기껏해야 다른 1명만 감염시켜 확진자 규모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전략도 마찬가지다. 예방 효과가 약 80%인 백신을 국민의 70%가 접종해, 국민의 절반 남짓(56%)이 항체(면역력)를 얻는다고 가정하면, 코로나19 유행이 찾아와 Rt가 2까지 치솟아도 금세 절반인 1로 낮출 수 있다는 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설명이다.

엄 교수는 "그럼에도 방역수칙 준수와 백신 접종이 최선의 방법이다"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잠복기(2주)의 2배인 한 달간 최고 단계의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하고 국민들은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그나마 베이스라인을 낮출 여지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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