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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총리, "동반성장 없으면 자본주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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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국경제, 동반성장, 자본주의 정신'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제언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코로나19 이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저성장과 양극화가 심화될 것은 틀림없다. 코로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는 동반성장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학자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동반성장'이라는 화두를 한국 사회에 제시한 주인공이다. '동반성장'은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가치로, 정 전 총리는 더불어 성장하고 공정하게 나누는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역설해왔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과 총장을 지낸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역임한 데 이어 지금은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맡아 '동반성장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신간 '한국경제, 동반성장, 자본주의 정신'은 정 이사장이 한국 사회를 위해 내놓은 동반성장 보고서이자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서다. 이 책은 동반성장이 과연 무엇인지, 한국 경제에 동반성장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한 해법은 뭔지 상세히 제시해간다. 특히 동반성장을 반시장적, 반자본주의적이라고 비난해온 우익 진영을 향해 애덤 스미스의 자본주의 원론을 자세히 짚어가며, 동반성장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참모습이라고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여러 가지 모습 중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또는 자유방임주의적 자본주의가 지난 20세기 말 이후 최근까지 수십 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를 통한 무차별적 이윤 추구는 자칫하면 자본주의를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추구해온 이윤 극대화 중심의 자본주의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자는 사회 작동원리다.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경쟁이 공정하다고 느끼며,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때 비로소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여기서 '함께 나눈다'는 의미는 있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주자는 게 아니라, 경제 전체의 파이를 크게 만들되 분배를 좀 더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서 '국부론'으로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했던 애덤 스미스를 소환한다. 건강한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업들이 누려야 하는 자유는 법률과 게임의 규칙을 전제로 하되 사회정의나 공익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자유방임적 사익 추구가 결코 아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애덤 스미스는 자본가들이 누리는 독점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규범적 측면에서 볼 때 정의와 평등에 어긋나는 것이고, 실증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가격을 높이고 생산을 줄여 경제후생을 낮추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독점은 또한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해 가장 생산적인 목적에 사용되는 것을 막는 장벽 구실을 함으로써 사회적 비효율의 원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애덤 스미스는 특정 계층의 이해보다는 공정한 법질서를 강조했고, 부자보다는 평범한 노동자를 옹호했으며, 국가보다는 시장의 능력을 신뢰했다. 그가 시장을 강조한 것은 자유경쟁 시장이 효율적 자원 배분을 가능케 할 뿐 아니라 시장이야말로 기득권 계층의 탐욕에 제동을 걸고 이름 없는 개인들이 자기가 노력한 만큼 고루 혜택을 받는 분배체계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앞만 보고 내달려온 한국 경제가 18세기 산업혁명 당시 '혐오스러운 도시'로 묘사됐던 영국 런던을 닮았다며 안타까워한다. 선(先) 성장, 후(後) 분배 정책으로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달려온 결과 발전은 그만큼 빨라졌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그동안 간과했던 경제 생태계의 오염된 모습이 성장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고, 양극화 심화로 경제 성장의 선순환도 연결고리가 끊겨버렸다.

정 전 총리는 위태로워 보이는 한국 경제의 생태계를 다시 살리는 것은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길이라며 오염된 한국 경제의 해법인 동반성장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동반성장은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가치다. 동맥만이 아니라 모세혈관에도 피가 돌듯이 사회적인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경쟁이 공정하다고 느끼며,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때 비로소 '더불어 잘사는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

파람북. 208쪽. 1만5천원.

연합뉴스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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