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를 요청했다.
3일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정의용 장관과 약 1시간의 면담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이용수 할머니는 "(정의용) 장관에게 대통령님 만나게 해달라. 대통령 만나서 (일본) 스가 총리를 설득해 국제사법재판소 가서 판결짓자는 것을 해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2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ICJ 회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의용 장관은 "알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이 할머니는 전했다. 또한 '말만 말고 행동으로 보이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장관의 답변이 이 할머니의 요청대로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면담 자리에 배석한 신희석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박사는 "정의용 장관은 할머니 활동에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관련해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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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에 대해 줄곧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갈 경우 독도,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문제 등 다른 한일 간 현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국이 독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룰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이 지난 2018년 10월 일본 정부의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이든 일본이든 자국에 유리한 사안만을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갈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한일 양국 모두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결과에 구속을 받는데, 한쪽 국가가 국제사법재판소에 특정 사안을 회부하고 싶다고 해도 상대국가가 응하지 않으면 회부가 불가능하다.
설사 한일 양국 정부가 위안부 사안 하나만을 두고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를 진행한다고 해도 이것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실익이 있는 것이냐는 문제도 있다. 이미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는 위안부에 대해 성노예라는 점을 인정해왔다. 따라서 유엔 산하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는 위안부 문제가 전쟁범죄라고 판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와 함께 위안부 문제가 전쟁범죄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배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종료됐다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는 위와 같은 협정 및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마무리됐다는 일본의 주장이 국제 무대에서 공식 인정되는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과 언제든 앉아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는 "그렇게 해서라도 스가 총리를 끌고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기 위해선 그렇게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이 사죄를 전제로 금전적 배상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수용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저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사죄를 받아야 한다. 분명히 말했지만 사죄를 받으면 용서해줄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답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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