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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5차례나 추경이 이어지면서 나랏빚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 국가채무의 절대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불어날 경우 통제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 고령화는 복지 수요의 급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빚은 관성이 있어 일단 부풀어 오르면 줄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우리나라의 적정 채무비율로 정부가 재정준칙에서 제시한 60%를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는데 3∼4년 후엔 이 선을 뚫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어제(2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 피해 업종과 취약계층에 대한 19조5천억 원 규모의 맞춤형 지원 대책을 의결했습니다.
이 가운데 15조 원은 국채발행 9조9천억 원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으로 조달합니다.
작년엔 4차례에 걸쳐 모두 66조8천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렇게 되면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은 48.2%로 높아진다고 했습니다.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말 37.7%에서 2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높아지며 전체 부채액은 약 966조 원으로 1천조 원을 눈앞에 두게 됩니다.
2019년 본예산 기준으로 741조 원이었던 나랏빚이 2년 만에 200조 원 넘게 팽창했습니다.
연내 국가채무비율 50% 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권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다 코로나 피해 업종을 위한 손실보상법 법제화로 몇 차례 더 추경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가채무비율이 2024년에는 58.6%에 달할 것으로 봤습니다.
정부는 작년 10월 재정준칙을 도입하면서 2025년부터 채무비율을 60% 이내에서 관리하기로 했으나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국제 기준으로는 이미 작년 말 50%에 육박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합한 D1 기준의 국가채무비율이 통용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이 국가 간 비교를 위해 활용하는 D2(D1+비영리공공기관 부채) 기준으로는 작년 말 이미 48%를 넘었다는 것입니다.
안 교수는 D2 기준으로 OECD 평균 부채비율을 130%라고 하지만 이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130%, 일본이 260%가 넘어 가중평균을 내다보니 이렇게 높아진 것으로 국가 간 단순 평균을 내면 79%대, 비 기축통화국 평균은 53%대로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IMF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작년 코로나 대응을 위해 동원한 재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4%로 주요 20개 국 가운데 15번째로 낮았습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은 11∼16.7%였고,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6∼7%대였으며, 중국(4.7%)과 스페인(4.1%), 유럽연합(3.8%)도 우리나라보다 높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재정을 상당히 아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수 전문가는 지금과 같은 민생 위기 상황에서 재정을 푸는 것은 당연하며, 당장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되는 수준도 아니라는 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홍 부총리가 어제 브리핑에서 지적한 것처럼 중장기적으로 성장률 저하 추세,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 도래, 통일에 대비한 특수상황 등으로 재정지출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 국가부채의 절대적 수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지만, 비효율적 국책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거나 빚을 내 추경을 계속하다 보면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가 빨라지고 결국 경제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재정은 포퓰리즘이 아닌 꼭 필요한 경우에만 동원해야 하며 코로나 이후 정상 경제에서 어떻게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것인지 정부와 정치권이 독일처럼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정부가 작년 재정준칙을 마련했지만 너무 느슨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지출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필요할 경우 증세를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지출의 자연증가나 복지 확대 등 구조적인 재정 부담 증가는 증세 등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면서 "재난 지원은 선별과 집중으로 두텁게 해야 하지만 경기나 민생 구제 효과가 의문시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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