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에만 19.5조 드는데, 부자증세로 늘어난 세수 고작 1~2조
부자증세로 복지재원 규모 확보 ‘태부족’…세수범위·부가세는 역진성
세율인상하면 세수 늘어날까? 민간경제활력 감소로 오히려 줄 수도
“있는 나랏돈 아껴서 요소요소에 잘 쓰고, 경제는 민간에 맡겨야”
“위기땐 조세감면·규제혁파…교과서에 나오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1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에서 노점 상인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각종 재정지원책이 들끓자 결국 증세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증세는 오히려 민간 성장동력을 약화시켜 세수 규모가 줄어드는 역설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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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각종 재정지원책이 들끓자 결국 증세론이 비등하고 있다. 나랏빚으로 복지재원을 충당할 수 없으니 더 걷겠다는 주장인데, 문제는 세율인상을 중심으로 한 증세가 세수규모를 늘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증세가 민간경제 활력을 저해해 전체 파이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다. 재정당국도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2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을 중심으로 한 증세론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명 ‘부자증세’와 부가가치세율을 올리는 ‘보편증세’라는 두가지 큰축으로 나뉜다. 4차 재난지원금으로 1분기부터 9조9000억원 국가채무를 늘리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세수를 늘릴 방법은 요원하자 나온 주장으로 풀이된다.
부자증세는 최근 4년 동안 줄곧 논의되고 실제 일부 시행된 정책이지만, 세수 증대규모에서 실효성 의문이 남는다. 지금 늘어나는 복지재원 규모 속도를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예산정책처 2020년 3·4분기 가결 법률 재정소요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생기는 세수증대 효과는 올해 5512억원에 불과하다. 2025년까지 연평균 9645억원 수준으로 전망됐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과세표준 10억원 초과’로 신설해 이 구간 세율을 42%에서 45%로 인상했다.
법인세도 올린 바 있다. 지난 2018년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법인의 최고 세율은 기존 22%에서 25%로 높아졌다. 그러나 세수 증대효과는 없었다고 보는 견해가 강하다. 2019년 법인세 수입은 72조2000억원으로 2018년 70조9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늘었을 뿐이다. 코로나19를 맞은 지난해엔 오히려 55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전국민이 아닌 선별지원으로 범위를 줄인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규모만 하더라도 19조5000억원 필요했다. 2025년까지 소득세 증세로 늘린 세수를 전부 넣어도 이번 4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다. 법인세수 인상에 따른 증대분 있다고 치더라도 2019년 기준으로 재난지원금 재원을 충당하려면 16년을 모아야 한다.
부가가치세율을 올릴 경우엔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 소득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부여되는 부가세를 늘리면 기본적으로 역진성이 발생한다. 내수위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면세 혹은 조세혜택을 받는 중소기업이나 중·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세수범위 확대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증세는 오히려 민간 성장동력을 약화시켜 세수 규모가 줄어드는 역설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세계 주요국들은 이러한 논리에 따라 오히려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미국·일본 등 21개국이 2010년 대비 지난해 법인세율을 낮췄다.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한국, 터키, 칠레 등을 포함한 8개국 뿐이다.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세수범위 확대·부가세 인상은 기본적으로 역진성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렇다고 법인세·소득세를 늘리면 민간경제 활력이 줄어든다”며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가진 일정 위치가 있는데, 세금이 미국보다 높다면 한국에서 기업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는 있는 재정을 잘 쓰는데 집중하고, 성장은 민간에서 이뤄야 한다”며 “결국 경제위기 상황에서 만져줄 수 있는 것은 조세감면과 규제혁파인데 반대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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