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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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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위안부·강제징용 언급 없이 "언제든 日과 대화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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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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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10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과거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며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강제징용 판결에 이어 최근 위안부 판결까지 내려지면서 현재 한일 관계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 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해 온 문재인정부로선 임기를 불과 1년 남긴 가운데 과거사와 미래 관계를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로 마지막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새로운 제안'은 없어 일본 정부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와 일본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8월 도쿄올림픽을 발판으로 삼아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코로나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함께 준비해 나가야 할 때"라며 "이웃 나라 간의 협력이 지금처럼 중요한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쿄올림픽은 한일, 남북, 북·일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 발전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 도움이 되고 동북아의 안정과 공동 번영에 도움이 되며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3각 동맹 복원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한일 양국이 평행선을 달리면 경색된 남북 관계에서도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데다 한미 관계에도 균열이 불가피한 상황이란 점을 감안한 것이다.

과거사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일본과 우리 사이에는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고 우리는 그 역사를 잊지 못한다. 가해자는 잊을 수 있어도 피해자는 잊지 못하는 법"이라고 말했지만, 방점은 미래 관계에 찍었다. 문 대통령은 일본과 관계를 '분업구조'로 표현하며 "100년이 지난 지금 한일 양국은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이 됐다"며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성장은 일본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일본의 성장은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넘어야 할 유일한 장애물은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앞선 세 차례 3·1절 기념사와는 다른 기조를 드러내며 역대 가장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이듬해인 2018년 3·1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 가해자인 일본이 끝났다고 말해선 안 된다"며 "전쟁 시기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이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어 2019년에도 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할 때 한국과 일본은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라며 과거사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그해 일본 수출규제로 반일 감정이 극에 달했다가 지난해부터 대일 메시지에 변화가 감지됐다.

하지만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도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해결하라"는 강경한 태도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위안부 등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언제나 피해자 중심주의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종전 입장을 반복했다. 외교가에선 한국 정부가 먼저 기금을 만들어 배상하는 '대위변제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사실상 일본이 원하는 '새로운 해법'을 내놓지 못한 만큼 임기 중 한일 관계에서 현 상황을 유지하며 실질적 해법 모색은 내년 5월 들어설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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