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특금법이 시행되면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자금세탁 등 가상화폐 관련 사고나 범죄 위험 부담 때문에 실명계좌를 선뜻 내주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비상이 걸렸다.
28일 금융권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2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해당 거래소(가상자산 사업자)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실명계좌가 없으면 영업이 불가능한 만큼 결국 은행이 각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종합 인증' 책임을 떠안은 셈이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에 필요한 구체적 조건이나 기준을 은행에 제시한 상태도 아니다. 결국 현재 은행들은 궁여지책으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큰 틀에서 '은행권 공통 평가지침'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은행권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계속 영업하려면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상황은 더 절박하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정확히 모두 몇 개인지 통계조차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100∼120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NH농협·신한·케이뱅크 등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단 4곳뿐이다. 나머지 거래소 상당수는 이른바 '벌집계좌'(거래소 법인계좌 하나로 투자자 입금) 등 변칙적 방법으로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어 늦어도 9월 말까지는 나머지 100개가 넘는 거래소들도 반드시 은행 실명계좌와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다. 실명계좌를 갖춘 기존 4개 거래소 역시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지나면 상당수 군소 가상화폐 거래소가 문을 닫거나 영업을 축소하면서, 대거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