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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람에겐 소음 방지 벽이지만…새들에겐 하루 2만마리 충돌 '죽음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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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 <사진제공=환경부>


매년 800만마리가 충돌해 '죽음의 벽'으로 불리는 투명 방음벽을 개선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방음벽 설치 때 소음 방지 측면 외에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방안의 법 개정이 추진된다.

28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입법·행정예고 사이트 국민생각함에 따르면, 환경부는 조류 충돌 등 생태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의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기준' 일부 개정안을 고시했다.

고시에 따르면, 방음시설을 설계할 때 환경적 측면 외에 생태적 측면도 고려하는 의무를 신설하는 한편,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문양이 들어간 방음판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 조명이나 채광을 위해 투명 방음판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조류 충돌 등 생태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방음시설은 교통소음을 줄이기 위해 소리를 흡수하거나 차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설치하는 시설로, 방음벽·방음터널·방음둑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투명한 재질로 만들어 햇빛이 잘 투과되는 투명 방음벽과 건물 유리창에는 매년 800만마리의 조류가 충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2만마리 이상이 부딪히는 것으로, 새들에게는 '죽음의 벽'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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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이 야생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도입한 모습. 신안군 생물권 보전지역에 서식하는 야생조류를 보호하지 위한 조치다. <사진제공=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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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만마리의 새가 투명 방음벽에 충돌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투명 방음벽에 무늬가 들어간 테이프를 붙이는 방안 등이 제안돼왔다. 통상 새들은 높이 5㎝, 폭 10㎝ 사이의 틈에는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리창 또는 방음벽에 아크릴 물감이나 스티커 등으로 점, 선을 표시하면 새들이 충돌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환경부는 방음벽과 건물 유리창 등에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붙이는 사업을 2019년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매년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새들이 높이 5㎝, 폭 10㎝ 사이의 틈으로 비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며 "방지테이프 사업 결과를 모니터링하면서 보완하고, 조류 충돌 방지안을 지속해서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내달 11일까지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받고 이를 반영해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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