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지 웰트 대표 |
"아이언맨 슈트가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장착한 웨어러블 기기라면, 디지털 치료제는 아이언맨 시스템을 제어하는 슈퍼컴퓨터 '자비스'에 비유할 수 있겠네요.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많이 못 주무셨네요. 어제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셨습니다.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도 줄이시는 게 좋겠어요' 이런 식으로 내 몸 상태를 점검하고 건강관리를 조언해줍니다. 질병 치료는 물론 당뇨나 고혈압 같은 가족력 예방을 위해 생활습관을 관리해주는 '맞춤 헬스케어 매니저'가 될 겁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의 미래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같은 소프트웨어(SW)를 질병 치료와 건강관리에 활용하자는 개념이다. '리셋'이라는 디지털 치료제가 마약중독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세계 최초 허가를 받은 이후 수십 종의 디지털 치료제가 등장했다. 타깃 질환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게임중독,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어린이 주의력 개선, 우울증까지 광범위하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관리 분야에서도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 '눔' 등 다양한 회사가 경쟁하고 있다. 비용은 한 달에 수십 달러에서 수천 달러 사이다.
웰트가 개발중인 근감소증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사진제공=웰트] |
스마트벨트로 유명한 웰트는 최근 2년간 디지털 치료제 연구에 집중해왔다. 현재 알코올중독과 불면증, 근감소증 등을 치료할 앱과 SW를 개발하고 있다. 강 대표는 "세계 첫 디지털 치료제 승인을 받은 페어테라퓨틱스의 마약중독 치료법을 응용해 알코올중독자용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며 "비대면 방식 정신건강 진료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알코올중독 치료제로 상반기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약을 끊게 해주는 정신과적 상담기법과 인지행동치료(CBT) 기법을 활용하면 알코올중독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웰트가 개발중인 근감소증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사진제공=웰트] |
물론 디지털 치료제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의료계에서 '표준치료'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강 대표는 "예를 들어 알코올중독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손떨림, 심장박동 빨라짐, 불면증 등 금단 증상에 디지털 치료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이러한 증상을 찾아내기 위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마트벨트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사 출신인 강 대표는 "개인적으로 디지털 치료제는 의사들이 해야 할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의 공동 연구 '디지털 휴먼증강' 기술 선정에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 강 대표는 "흔히 인류의 기능을 증강시킨다고 하면 아이언맨처럼 몸에 부착하는 장치를 떠올리는데 인간의 본질은 '자의식'이다. 인지 능력과 두뇌 활동에 집중해 증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강 대표는 또 "뇌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면 먼 훗날 또 다른 형태의 뇌나 저장장치로 옮겨가는 기술까지 다다를 텐데, 그때는 영화 '공각기동대'처럼 우리가 아는 인체라는 영역을 벗어날 것"이라며 "이런 시대가 오면 장기를 갈아끼우는 수준이 아닌 '의식'을 복사해 붙여넣는 시대가 된다. 그러한 미래엔 디지털 치료제밖에 쓸 만한 약이 없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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