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세계화 운동'에 참여한 런던정경대 교수인 저자가 인류학 자료를 바탕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두루 지적한 책.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인류 최초의 기록을 남긴 기원전 3천500년부터 지금까지 경제의 역사를 부채를 중심으로 살핀다.
주류 경제학원론들은 물물교환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돈이 발명됐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인류학자인 저자는 기원전 600년경 소아시아의 리디아에서 최초의 주화가 등장하기 전까지 신용화폐가 인간들의 상호 작용을 지배했다고 반박한다.
저자는 이웃들 사이에 '닭 20마리를 줄 테니 대신에 그 소를 나에게 다오'라는 식으로 경제가 이뤄지는 곳은 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물물교환이라는 신화를 부정한다.
따라서 화폐의 역사에 대한 표준적 설명인 '물물교환-화폐 발명-신용 시스템 개발'의 순서는 정확히 그 반대라며 가상의 화폐가 가장 먼저 나오고 주화는 한참 뒤에 등장했으며 물물교환은 주화 또는 지폐의 사용에 따른 부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신용화폐가 지배하던 시대는 예외 없이 병폐를 예방할 제도를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출자들이 권력자들과 결탁해 서민의 고혈을 짜내지 못하도록 막고, 채무자들을 보호할 제도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이 살고 있는 새로운 신용 화폐 시대는 그와 정반대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부글북스. 704쪽. 2만8천원.
▲ 적자의 본질 = 스테파니 켈튼 지음. 이가영 옮김.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MMT)'의 선도적 학자인 스테파니 켈튼 스토니브룩대 교수가 화폐의 흐름과 재정 적자의 본질을 MMT 이론을 중심으로 역설한 책.
MMT란 화폐 주권을 지닌 국가는 어디라도 자국의 화폐를 발행해 필요한 곳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도 빈털터리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MMT의 주장에 무조건은 없으며 제한과 안전장치는 있다. 다만, 재정 적자가 제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MMT의 제한은 인플레이션이며 안전장치는 완전 고용이다.
주류 경제학계는 이런 MMT의 주장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재정 적자로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고 비판한다.
미국 민주당의 '강성 진보'로 분류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저는 국가 부채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에게 물려줘선 안 될 것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주장의 경제학적 근거는 빈약하며 역사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단언한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가장 높았던(120%) 시절은 2차 세계대전 직후였으며 이 기간 미국에서는 탄탄한 중산층이 형성됐으며 가계의 실질소득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다음 세대는 세금이 올라서 부담을 느끼기는커녕 더 높은 생활 수준을 즐겼다며 재정 적자를 늘린다고 미래 세대가 더 가난해지지 않으며 재정 적자를 줄인다고 미래 세대가 더 부유해지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MMT는 희소성 이론이 아닌 기회의 이론을 설파한다"며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공포증에서 벗어나 정부 적자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우리는 인간의 욕구와 공익을 우선시하는 재정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맵. 416쪽. 1만7천800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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