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첫 접종 시작
코로나 국내 확산 뒤 13개월만
27일은 의료진 대상 화이자 백신도 접종 시작
26일 오전 서울 금천구 보건소에서 노인요양센터 요양보호사 신정숙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회차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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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요양원 확진자가 그리 많은데 맞아야죠. 약간 아픈데, 충분히 맞을 수 있을 정도로 따끔해요”. (인영실버 요양사 신정숙(여·59) 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이 26일 전국 보건소와 요양병원 등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 이후 1년 37일만이다.
이날 서울 금천구 보건소 2층 입구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접종에 나선 요양보호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접종은 1시간마다 10명씩 진행된다. 오전 20명, 오후 20명씩 총 40명이 접종을 받는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로비로 모인 접종 대기자들의 눈엔 옅은 긴장감이 엿보였지만, 대부분 담담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이날 금천구 1호 접종자는 인영실버 요양사 신정숙(59) 씨였다. 당초 첫 접종자는 금천구 소재 노인요양센터에서 일하는 류경덕(63) 씨로 예정돼 있었지만, 긴장한 류 씨가 체온이 37.5도까지 올라가면서 신 씨가 1호가 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류 씨는 “오전에 36.2도 였는데 옷을 껴 입고 긴장했더니 체온이 높게 나온 것 같다”며 안정을 취하러 갔다.
엉겁결에 금천구 1호 접종자가된 신 씨는 “(개인 입장에선)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많이 걱정했지만 요양보호사니까 당연히 맞아야한다고 생각해서 왔다”며 “부작용이 있더라도 백신은 맞는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생각보다 오래가니 어차피 다 맞아야 할 것 같고, 국민 모두 백신을 맞는 게 장기적으로 안심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이내 체온 측정 후 주사실에 입장해 담담하게 접종에 나섰다. 보건소 관계자에게 “많이 아프냐”, “어떤 약을 맞는 거냐”며 질문하는 여유도 보였다. 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라고 설명한 뒤, “두 번째 접종은 8주 뒤에 하실 것”이라며 “앉아서 30분 간 안정 취하시고 이상 반응 없으시면 귀가 하시라”고 안내했다.
백신 주사를 맞는 데는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접종을 마친 신 씨는 “1호로 맞을지 몰랐는데, 맞고 난 뒤 기분도 괜찮고 안심된다”며 “지금 부작용이나 알러지 증상은 전혀 없고 일반 주사와 크게 차이 없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 씨는 이날 목욕하지 말고 잘 먹고 안정을 취하면서 조심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5년차 요양보호사 최정옥(59) 씨도 전날 오후 6시부터 오늘 아침 8시까지 나이트 근무을 마치고 접종을 받으러 왔다. 그는 “어르신 100명을 관리하다보니 내가 코로나 걸리는 것보다 어르신들에게 옮기는 게 더 무서웠다”며 “‘1년도 참았는데 2달 또 금방 가겠지’하고 생각할 것”이라 말했다.
이날 접종에 나선 4년차 요양보호사 오치례(61) 씨 “시에서 솔선수범해서 첫번째 접종 대상에 지정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항체가 생겼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아직 접종을 하지 않았으니 계속해서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신 접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전국 보건소와 요양병원 등 1915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첫날 접종 대상자는 전국 요양병원·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종사자다. 이날 쓰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공장에서 위탁 생산한 제품이다.
접종 대상 규모는 약 31만 명이다. 이는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자료 불충분을 이유로 만 65세 이상 고령층은 신중히 접종할 것을 권고하면서 대상자 규모를 감축한 결과다. 접종 대상 가운데 실제 접종에 동의한 비율은 25일 기준으로 93.7%(28만 9480명)다.
27일에는 화이자 백신 접종이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시작된다. 이날 예방접종 시행 대상은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병원 종사자다. 해당 의료원 종사자 199명과 수도권의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 101명 등이다.
화이자 백신은 유통·보관 온도가 영하 75도 안팎인 탓에 관리가 까다롭다. 이에 접종센터를 필두로 접종을 시작한 뒤 각 의료기관으로 접종이 확대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명당 2회 접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 5만 5000명 전체에 대한 1차 접종은 다음 달 20일, 2차 접종은 4월 10일 완료된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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