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의존 높은 회원국들
백신접종증명서 도입 요구
항체 유지 등 발급 기준 모호
미접종자 차별 소지 반대도
유럽연합(EU)이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여권’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백신의 항체 유지 기간이 몇 개월인지도 명확지 않고,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을 차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논란이 있지만, 이미 여러 나라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백신여권 도입에 착수했다.
로이터통신은 24일 “여름휴가 시즌을 앞두고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EU 회원국 사이에서 백신 접종 증명서를 빨리 도입해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요구에 따라 EU가 정상회의에서 백신 접종 증명서 도입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기록하는 증명서는 국외여행 때 ‘백신여권’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백신여권 도입은 EU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등은 백신여권의 빠른 도입을 촉구한다. 관광수입 의존도가 큰 이 나라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 등은 백신여권이 새로운 차별수단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임산부와 아동,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백신을 맞을 수 없고, 백신 접종도 순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늦게 맞는 사람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아직 백신 접종이 확실히 전파를 막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백신여권 도입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부작용을 우려하며 백신 접종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독일도 “백신 접종 여부가 특권이 되어선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2월 기준으로 유럽의 백신 접종률은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하다.
백신여권을 도입한다고 해도 어떤 기준에 따라 발급할 것인지 애매하다. 백신 접종의 면역력 유지 기간을 몇개월로 봐야 하는지, 2회 접종이 필수인 백신을 1회만 접종한 사람에게도 발급할 것인지,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한 상황에서 초기 백신만 맞아도 되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공통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EU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어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25일 회의에서 작성될 초안에도 계속해서 논의해나갈 것이라는 내용만 담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백신여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금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나라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백신여권 도입에 나선 상태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백신여권을 개발했다. 영국과 덴마크도 백신여권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세계에서 접종률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과 이달 초 국경 개방 완화에 합의했다. 스위스 비영리단체인 커먼스 프로젝트는 이미 지난해 코로나19 음성 여부와 백신 접종 상태를 표시해 전송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고, 주요 글로벌 항공사들도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손잡고 백신여권 개발에 투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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