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권력누수’ 논란
“정권 지휘체계 붕괴” 공세 측선 인사·정책 균열 지적
여 “지지율 40%에 무슨”…여권 주자들도 ‘정권연장론’
‘정권의 지휘체계가 무너졌다.’ vs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이 불거지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대해 관련 부처가 이견을 제시하면서다.
단임 대통령제 국가에서 레임덕은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정치학자들의 의견이다. 다만 징후적으로 ‘임기 말 국정 최고지도자의 통치 행위가 약화하는 현상’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대통령제 전문가인 한 정치학자는 2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레임덕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측근 비리, 당·청 균열, 공무원들의 충성도 저하”를 꼽았다. 보수 야당은 “(권력 핵심 반란, 당·청 갈등은) 정권의 말기적 징후”라고 규정하며 레임덕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여권은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무슨 레임덕이냐”라고 반박하며 레임덕 실체를 부인하는 기류가 강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지만 “아직은 아니다”라는 쪽에 가깝다.
■레임덕 맞다
보수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명백한 레임덕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전문가는 “인사가 안 먹히고, 정책이 거부당하고, 권력 내부 기밀이 새어나오기 시작하면 레임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수석 사의 파동(인사), 검찰 수사·기소 완전 분리에 따른 갈등과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대한 관련 부처 반기(정책) 등을 예로 든다. 이 과정에서 민감한 협의 내용 등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 고위 인사는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이어 신 수석 사태를 초래한 검찰 인사에서도 ‘재량권 없는 재량’을 반복했다. 대통령이 아무 결정을 못한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주요 현안에 대한 여권 균열도 레임덕 가시화의 입증 사례로 거론된다.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대한 이견이 여과없이 표출됐다.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은 당내 강경파가 자기 정치를 한다고 이날 공개 비판했다.
■레임덕 아니다
레임덕 실체가 없다고 하는 쪽은 문 대통령의 40%대 지지율을 근거로 앞세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레임덕의 객관적 지표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다. 현재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지층 이탈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제 국가의 임기 말 일반적인 징후를 레임덕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권력 내 갈등이 있다 해도 여론 지표상 부정적 평가가 두드러지지 않는 이상 레임덕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연구위원은 “권력 내 균열 징후가 보이지만 이 여파가 여론에 반영된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 “여론 차원에서 레임덕 징후는 중도층의 움직임이 변수인데 현재 중도층 여론은 보수층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차기 주자들이 현재 권력인 문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지 않는 점도 ‘실체 없는 레임덕’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여권 주자들은 일제히 ‘문재인 정부 시즌 2’를 공언하며 정권 연장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민생 기조를 강조한 상황에서 당이 강경 기류를 지속하거나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 피로도가 커질 경우 레임덕 논란은 확대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차기 권력이 조기 부상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세분석실장은 “지금은 문 대통령이 민생·통합 기조를 펴고 있고 당은 강성 지지층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혜영 선임기자 koohy@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돌아온 광장, 제주도 ‘일호’의 변신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