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CBDC 도입 속도…"설계·기술 검토 거의 마무리"
CBDC 도입시 비트코인 가치…"공존" "대체" 등 전망 엇갈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이틀 연속 폭락하다 24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재 가격은 다소 높아보인다"고 발언하자 암호화폐 가치가 급락했다. 2021.2.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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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중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며 중앙은행이 독점적으로 찍어내는 실물 화폐의 가치를 뒤흔들 기미가 보이자, 한은이 부랴부랴 CBDC 발행을 준비하고 나선 것이다.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CBDC 도입시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폐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과, 정 반대로 비트코인 가격이 뛰어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3월말까지 외부 컨설팅을 거쳐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고, 올해 하반기 중 가상환경에서의 CBDC 가동 테스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CBDC 설계와 기술면에서의 검토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관련법에 대한 검토와 같이 당초 계획된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BDC는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그러나 민간이 발행하는 비트코인과 달리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정부가 가치를 보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수요와 공급에 의존해 시시각각 가격이 오르내리지만, CBDC는 실제 종이돈처럼 일정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발권력을 지닌 각 국 중앙은행 입장에선 민간에서 내놓는 비트코인 등 신종 화폐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기존 실물 화폐의 입지가 축소되고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CBDC 도입에 나선 이유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BIS가 조사한 전 세계 65개 중앙은행 가운데 86%가 CBDC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선 폭등을 거듭해온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약 1100조원)마저 돌파했다. 국내외 경제수장들은 '비트코인 진압'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18일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라며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기관을 규제하고 책임을 지키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싼지 알기 어려울 정도"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이상급등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CBDC 도입이 비트코인의 가치에 미칠 파급력을 두고선 전망이 엇갈린다. 먼저 CBDC 발행으로 암호화폐 거래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비트코인이 CBDC와 공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국의 블록체인 캐피털업체인 디지털커런시그룹(Digital Currency Group)의 배리 실버트 대표는 "CBDC가 도입되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촉발하고, 비트코인과 같은 비(非)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CBDC로 인해 민간 암호화폐의 매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사양길을 걷게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트코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루비니 교수는 "CBDC가 발행되면 그 즉시 확장성 없고, 저렴하지도 않고, 안전하지도 않은 암호화폐를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CBDC 도입 속도가 늦으면 비트코인과의 경쟁에서 되레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는 "지금은 미국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와 그 생태계에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암호화페 규모가 커지고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규제의 효력이 감소하면서 법정 통화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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