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네트워크·잠깐 동안 봄이려니
수태가 일어나는 동안 난자가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은 100여 년 전에 명백히 밝혀졌다. 그런데도 번식생물학은 수컷이 암컷을 비옥하게 만든다(fertilize)는, 다시 말해 수컷은 능동적이고 암컷은 수동적임을 암시하는 용어 '수정(fertilization)'을 관행처럼 끈질기게 써왔다.
생물학자와 진화생태학자인 저자들은 포유류의 다양한 번식 전략과 자연선택이 생명 다양성에 영향을 미쳐온 방식을 책의 제목처럼 '암컷 관점'에서 살핀다. 이를 위해 수정(受精)은 '정자를 받는다'는 뜻이므로 '수태(受胎)'로, 남자아이만 품는 '자궁(子宮)'은 세포를 품는 '포궁(胞宮)'으로 용어부터 바꿨다.
책의 각 장은 암컷 지배적 모계사회를 이루는 하이에나의 이야기로 시작해 포유류의 번식을 하나의 응집력 있는 진화적·생태적 맥락 안에 담아낸다. 개체 암컷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유전학, 해부학, 생리학 등의 순서로 설명하고, 번식주기를 거치며 암컷이 수컷 및 자식과 갖는 긴밀한 상호작용도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암컷 포유류는 그들의 번식을 위해 지구상의 생물 가운데 다른 어떤 계급보다 더 비범한 통제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설파한다. 진화의 능동적 참여자이자 번식의 주체가 바로 암컷이라는 얘기다.
뿌리와이파리. 580쪽. 2만8천원.
▲ 휴먼 네트워크 = 매슈 O. 잭슨 지음. 박선진 옮김.
분열의 시대다. 정치적 시위는 물론, 적은 수의 사람이 모인 학급에서도, 많은 사람이 모인 SNS에서도, 사회 계층에서도 극명한 분열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더 연결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점점 더 분열하는 역설적 현상은 왜 나타나는 걸까?
경제학 교수이자 네트워크 연구자인 저자는 끼리끼리 무리 짓고 분열하는 인간 네트워크를 해부한다. 그는 25년 동안의 연구를 토대로 인간 네트워크의 고유한 특징들이 어떻게 사소한 일상의 생각과 결정에서부터 거대한 사회 불평등의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해간다.
일반적인 네트워크 분석에 더해 저자는 인간 네트워크의 가장 고유한 특징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교류하려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성향인 '동종 선호'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동종 선호에 의해 분열된 소위 '사회적 자본'을 계층 간 유동성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지목한다. 동종 선호에 의해 생겨난 상이한 인적 네트워크가 교육과 취업 등에서 정보와 기회의 차이를 만들고 사회이동을 제약한 결과로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바다출판사. 480쪽. 1만9천800원.
▲ 잠깐 동안 봄이려니 = 이문영 지음.
'역사로 글쓰기' 작업을 해온 저자가 한국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랑을 찾아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해온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소설 '상록수'의 실제 모델로 농촌 계몽 운동에 힘쓴 최용신,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고결한 성품으로 당차게 자기 사랑을 한 황진이 등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용기로써 사랑의 힘을 증명해낸 이야기와 고귀하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던 여인들의 연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었던 고려의 여성들, 세자의 여인으로 비운의 삶을 산 어리, 여자를 사랑한 세자빈 순빈봉씨, 조선의 대표적 자유연애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어우동 등의 이야기로써 다채로운 형태와 색채의 연애담도 들려준다.
혜화동. 304쪽. 1만6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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