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높은 것 같다고 썼다. 지난달부터 지속적으로 비트코인을 공개 지지해온 머스크가 다른 목소리를 내며 과열을 경고한 것이다. 15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에 투자했고 음성 기반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클럽하우스에서도 "비트코인은 좋은 것"이라고 공개 지지했던 머스크였지만 이날은 과열 양상이 나타나는 것을 경계했다.
비트코인. / 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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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타난 비트코인 급등은 3차 랠리로 불린다. 1차 랠리는 지난 2013년 12월 4일 최고가 1130달러까지 급등했던 상황을 말한다. 2013년 초 비트코인의 가격은 13.3달러였다. 2차 랠리는 2017년에 발생했다. 이해 초 1012달러선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12월 18일 1만8674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부터 시작된 3차 랠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6일 사상 처음 5만달러를 돌파했고 현재는 5만4000달러선이다. 지난해까지 3만달러 아래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서만 70% 이상 올랐다.
최근 금융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다시 박스권에 들어간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 비트코인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적지 않다. 수익률 면에서 훨씬 더 좋은 성적표를 가져오는 비트코인에 베팅하겠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와 산업 더 나아가 일상생활의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결제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자산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5만 달러를 넘은 비트코인 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 아니면 다시 가격이 급락하는 냉각기가 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코인판으로 넘어오려는 투자자라면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 같다. 바로 비트코인 투자자는 굉장히 힘든 투자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투자자가 처한 환경 중에 가장 적응하기 쉽지 않은 점은 바로 24시간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증권시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미국 등 한국과 상당한 시차가 있는 각국 증권시장도 비슷한 운영 시간을 갖고 있다. 투자자로서는 이렇게 그날 장(場)의 시작과 끝이 있기에 투자전략을 짜거나 시세 급변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거래하고 있다. 아무리 열성적인 투자자라도 24시간 비트코인 가격을 확인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잠시 한 숨을 돌리거나 잠을 자는 동안 자산가치가 크게 변해있는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상·하한가가 없다는 점도 비트코인의 투자자라면 유념해야 하는 점이다. 지난 2013년 12월 6일 1000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은 다음날인 7일 576달러까지 하락하며 하루 만에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머스크 등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이 연일 비트코인에 대해 언급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매일같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시장이 이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의 과세 정책도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기는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022년 1월 1일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해 소득세(기타 소득세) 20%를 부과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오는 2023년부터 주식으로 번 돈에 대해서도 소득세(양도소득세) 20%를 부과할 방침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시행 시기가 조금 빠르지만 세율은 같다. 그러나 기본공제(과세를 할 세액을 정할 때 제외해주는 금액)액수는 크게 차이가 난다. 주식으로 번 돈은 5000만원까지 기본공제되지만 비트코인은 250만원까지만 기본공제가 허용된다.
비트코인이 너무 비싸 보인다(seem high)는 머스크의 말이 사실인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뛴다고 해도 한몫 크게 벌어보고 싶은 투자자들만 위험을 감수하고 신중하게 투자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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