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신현수 파동 의식했나… 尹총장 요구 일부 수용
다만, 법무부는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 수사팀, 수원지검의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수사팀에 대해선 윤 총장의 잔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대충돌’을 피했다. 검사장급 인사에서 박범계 법무장관에게 ‘패싱’ 당한 신현수 수석의 ‘사의 파동’이 법무부의 중간 간부 인사 기조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고발인 조사 출석하는 임은정 검사 |
◇임은정, 감찰과장 승진 대신 수사권
이날 법무부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을 그 자리에 두면서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임으로 발령 냈다. 임 연구관에게 수사 권한을 쥐여 준 것이다. 임 연구관은 지난해 9월 추미애 전 장관의 ‘원포인트’ 인사로 대검에 배치됐다. 하지만 윤 총장 반대로 중앙지검 검사 겸임 발령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감찰 요청에 관여한 당사자인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까지 주는 것은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초 법무부 인사 초안은 임 연구관을 대검 감찰과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으로 돼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도 윤 총장이 반대했고, 박범계 장관은 ‘중앙지검 겸임 발령’이란 우회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임 연구관이 최근 사석에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을 수사해 당사자들을 기소해 보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의혹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산하 인권감독관실이 작년 7월 검사와 수사관 여러 명을 투입한 뒤 대검에 ‘무혐의’로 보고한 사안이다. 검찰 내부에선 임 연구관 겸임 발령에 “꼼수 인사”란 비판이 나왔다.
또한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호남 출신의 나병훈 전 제주지검 차장검사를 임명했다.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요구를 반영한 인사로 전해졌다. 추미애 전 장관의 한양대 법대 후배인 나 차장은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등 이른바 ‘추(秋) 라인’ 간부들과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나 차장은 심 지검장과는 2019년 남부지검에서 같이 근무했고 이 부장과는 사법연수원 28기 동기다.
◇윤 총장 퇴임 때 대규모 인사 예고
법무부는 당초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를 주장하며 이성윤 지검장에게 반기를 들었던 변필건 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교체하려 했으나 유임으로 결론내렸다. 검찰 내부에서는 “소신에 따라 수사를 한 검사를 ‘핀셋 인사’로 보복했다는 비판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여권이 불만을 표시해 온 월성 원전 수사팀과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수사팀을 건드리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인은 “윤 총장이 이 수사들을 지휘해 온 부장검사들의 잔류를 강하게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신현수 사의 파동'이 유임으로 기울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조남관 대검 차장은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서 열린 검찰인사위원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신 수석 사의 표명은)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인 협력 관계가 깨졌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며 “(법무부에) 임의적인 핀셋 인사는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은 ‘예고편’이며 진짜 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임기가 종료되는 7월 현실화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법무부가 이날 “금년 하반기 대규모 전보 인사가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인사를 최소화했다”고 밝힌 데 대해 일선 검사들은 “‘몇 달 뒤 큰 인사가 있으니 줄 잘 서라'는 메시지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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