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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머스크 "좀 비싸다"에도 치솟았다…비트코인 4년전과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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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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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개인투자자)들의 투자 대부 ‘파파 머스크(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말도 통하지 않았다. 최근 비트코인 열풍을 촉발한 장본인의 말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2일(한국시간) 한때 5만 8278달러까지 오르며 6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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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달러 바라보는 비트코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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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광풍이 재연되는 걸까. 2017년 초 900달러에 불과하던 비트코인 값은 그해 12월 2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비트코인 열풍은 1년 만인 2018년 말 3000달러 수준으로 폭락하며 끝났다. 시장에선 이번 열풍도 1차처럼 버블 붕괴로 마무리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현재의 비트코인 상승세는 2017년처럼 되지 않을 거란 분석이 우세하다. 4년 전과 확 달라진 비트코인의 위상을 4가지 이유로 살펴봤다.



①개인 주도 vs 기관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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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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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격 상승 주도 세력이 개인 투자자 에서 기관으로 바뀌었다. 2017년에는 개인 투자자가 앞뒤 가리지 않고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신기술에 대한 맹목적 기대가 사라지자 모래알처럼 흩어졌고, 버블은 꺼졌다. 반면 기관은 검증되지 않은 블록체인 기술에 시종일관 시큰둥했다. 그랬던 기관이 이번엔 달라졌다. 암호화폐 투자사 그레이스케일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신탁상품의 규모만 310억 달러(약 34조 5000억원)에 이른다. 나스닥에 상장된 미 IT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7만 2000개의 비트코인(약 36억 달러)을 갖고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간편 결제 업체 페이팔, 마스터카드 등은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쓴다. 월가 큰손들도 잇달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 헤지펀드 튜더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인 폴 튜더 존스는 개인 자산의 1~2%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미 CNBC는 “월가의 억만장자들이 공개적으로 비트코인을 지지함에 따라 암호화폐에 회의적이었던 주류 투자자에게 신뢰를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②디지털 화폐 vs 디지털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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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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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당시 비트코인은 화폐의 핵심 역할인 ‘교환의 매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제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았고, 시스템상 문제로 결제시간도 오래 걸렸다. ‘비트코인으론 식은 커피만 사 먹을 수밖에 없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금의 비트코인은 금(金)을 대체할 안전자산으로 통한다. 한마디로 '디지털 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 이유는 ‘인플레이션 공포’ 때문”이라 규정한다. 주요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부양책을 쏟아낸 탓에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부채 규모가 늘어나면 자산가치를 지켜줄 투자처가 필요하다”며 “비트코인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말했다.



③비제도권 기술 vs 제도권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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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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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열풍 당시 각국 정부는 암호화폐를 ‘투기 대상’으로 봤다. 2018년 한국에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포함한 초강경 규제 방침을 밝힌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해외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중앙은행이 직접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화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소비 실험을 이어나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도 디지털 화폐를 연구 중이다. 로이터 통신은 “디지털 화폐는 비트코인과 성격이 다르지만 암호화폐에 대응해 등장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기술의 신뢰성을 방증해준다”고 평가했다.



④비트코인 희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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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량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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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희소성도 빼놓을 수 없다. 앞으로 새로 유통될 비트코인의 수가 적다는 점도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다. 비크코인은 전체 채굴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고, 채굴도 2040년이면 끝난다. 2017년 1670만개 수준이던 채굴량은 2월 1860만 개로 이미 88%나 시장에 나와 있다. 여기에 4년마다 채굴량 절반씩 줄어드는 ‘반감기‘로 공급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변동성·규제리스크 등은 4년전과 동일



다만 가격 변동성은 4년전과 동일하다. 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설문조사 결과 기업 재무담당 임원 77명 중 84%가 비트코인 보유에 부정적이었다. 응답자의 84%가 ‘변동성’을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금융당국의 규제 리스크도 있다. 1차 비트코인 버블은 2018년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대규모 단속을 한 게 도화선이 됐다. 각국 정부는 화폐 운용 독점권을 침범하는 비트코인에 시선이 곱지 않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투기성 자산·돈세탁 수단”이라 말했다.

지폐·금과 달리 실체가 없다는 점도 고질적 한계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비트코인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채권이나 주식처럼 안정적 수입을 제공하지도 않는다”며 “많은 사람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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