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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그래도 투자는 한다” 코스피 횡보에 새벽 지새우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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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모(34)씨는 최근 새벽 3시와 5시 30분쯤 잠에서 깨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자신이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와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무서운 기세로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주춤하자 국내 주식 계좌에서 돈을 빼, 미국 주식과 암호화폐(가상화폐·코인)를 사들였다.

최씨는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해 새벽 내내 깨어 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장 중간과 장 마감 직전에는 상황을 보고 알맞게 대응하려고 한다"며 "오름폭이 큰 미국 주식과 코인으로 당분간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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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개인 투자자) 운동’으로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 상승장을 이끌던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가 횡보하자 서학 개미와 코인 개미로 변신해 밤을 지새우고 있다. 미국 주식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밤 11시 30분부터 새벽 6시까지 거래되고, 코인 거래는 장 마감 없이 24시간 이뤄지는 탓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 시장 거래대금은 18조515억원으로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인 26조4778억원 대비 약 35% 급감했다. 주식을 매수하려는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함께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68조172억원이었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9일 기준으로 65조135억원으로 약 3조원 줄어들었다.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코스피지수는 3050선에서 3160선 사이를 횡보했다. 지난달 2940선에서 3200선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그 폭이 줄어든 셈이다.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3.47% 오르는 데 그쳤지만, 미국 증시인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는 각각 6.15%, 5.04% 상승했다.

그러자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보다 미국 증시를 더 주목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투자금은 지난달보다 이달 더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예탁결제 보관잔액은 지난 1월 457억3741만달러(약 50조7700억원)에서 이달(2월 1일~2월 18일) 494억8665만달러(약 54조9300억원)로 증가했다. 2월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 보관 잔고가 늘어난 것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서 돈을 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제공하는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 케이뱅크에서 지난 달 개인이 새로 개설한 계좌는 총 140만여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보다 30%가량 증가한 수치로, 이는 암호화폐 투자에 새로 진입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얘기가 된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면 은행이 실명 확인을 한 계좌가 있어야 한다. 빗썸(NH농협은행)·업비트(케이뱅크)·코인원(NH농협은행)·코빗(신한은행) 등 4곳이 현재 은행과 제휴해 실명계좌 발급을 마쳤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지난 달 전체 거래량은 1년 전에 비해 1195% 급증했다.

가상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은 ‘제2의 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발언 등으로 가파르게 시세가 오르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는 자산으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머스크 CEO가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테슬라가 지난 8일 15억달러규모의 비트코인 구매 사실을 공지하자 가격이 더 뛰었다.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서만 약 64% 오르는 등 전날까지 국내에서 65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현재는 6300만원 선으로 가격이 내렸다.

다만 이런 흐름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반도체와 자동차, 친환경, 2차 전지 등으로 가파르게 올랐지만 지금은 미국 텍사스주 한파와 애플카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호재 소멸로 인해 주춤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반도체와 친환경 등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므로 변동성이 큰 코인 거래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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