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주식 정리하고 코인으로 간다' '주식은 당분간 먹을 게 없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공매도 리스크(위험)에다 기관이 연일 파는 국내 주식은 빨리 처분하고 (비트코인으로) 갈아타는 게 낫다"며 "벼락거지 말고 벼락부자 되자"고 썼다.
최근 가격이 급등세인 비트코인. 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투자자예탁금 한 달 새 8조 줄어
요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에서 돈을 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증시의 횡보 장세와 비트코인 가격 급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지난달 국내 주식(코스피·코스닥) 순매수액은 25조854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19일까지 5조8004억원으로 확 줄었다. 지난달의 22% 수준이다.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도 감소세다. 지난달 12일 74조4559억원으로 최대치를 찍고서 줄기 시작해 지난 18일엔 66조915억원을 기록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조정을 받으면서 개인 매수세가 주춤해졌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 횡보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제 코스피는 요즘 3000~31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고점 부담에다 투자자의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탓이다. 지난달 9만1000원까지 뛴 삼성전자도 8만원대 초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시 주변에 있던 '동학 개미'의 돈은 어디로 갔을까. 금융권 관계자들은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일부 이동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제공하는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 케이뱅크에서 지난달 개인이 새로 개설한 계좌는 총 140만여 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108만여 개)보다 30%가량 늘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면 은행이 실명 확인을 한 계좌가 있어야 한다. 현재 은행과 연계해 실명계좌 발급을 마친 암호화폐 거래소는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곳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업비트는 케이뱅크,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한다.
투자자 예탁금 증가세 꺾이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NH은행 등 3곳, 신규 계좌 개설 30% 증가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규 회원도 늘고 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의 전년 동월 대비 회원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53%에서 12월 63%, 지난달에는 760%를 기록하는 등 급증세다. 암호화폐 전문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1일 장중 5만7492달러(약 6500만원)까지 올랐다. 올 들어 98% 치솟았다.
비트코인 은행 계좌 개설 늘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전문가들은 '쩐(錢)의 이동'이 추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식에서 비트코인으로 갈아탄 수요가 있지만,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심한 비트코인 속성상 주식의 대체재가 될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비트코인은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보단 센티멘털(투자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며 "워낙 출렁이는 자산이라 자금이 넘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가능성과 단기 가격 급등도 자금 이동을 막는 요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은 투기성이 높은 자산"이라며 규제에 나설 뜻을 밝혔다. 비트코인 투자 열풍을 촉발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20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높은 것 같다"고 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