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숨쉬는 법·지능의 역사
뉴질랜드 오타고대 과학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인 저자는 10대 후반부터 자살 욕구를 느꼈지만 죽고 싶다는 생각에 관한 지적 호기심에 집중하면서 이 욕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과학과 심리학, 문학 자료를 찾아가며 스스로 던진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저자는 심리학자이자 작가로 명성을 얻으며 방송에도 자주 출연했지만,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어느 날에는 항우울제를 먹으며 뇌에서 잿빛 보슬비가 계속되는 것 같았다고 표현한다.
책은 자살이 최선의 선택으로 보일 때 마음이 저지르는 미묘한 속임수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한다. 완벽주의, 높은 수치심, 자책, 충동, 예민함 등 자살 성향을 짚으며 자신의 마음을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살의 6단계 셀프 체크리스트도 소개한다. 자신의 기준과 현 상황에 괴리가 크다고 느끼는 '역부족', 특정한 곤란에 처해 자기를 미워하는 '자신 탓', 단점에 몰입하는 '자기의식',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서 도피하고 싶어하는 '부정정서', 인지적으로 무너져 시간이 기어가듯 지나는 '인지해체', 고통이나 공포의 자극에 익숙해지는 '탈억제' 순서다. 저자는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과정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아니 묘하게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책은 자신의 삶을 독자나 관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라는 조언도 전한다. 이런 관점을 유지하면 인생이란 극에 휘말리지 않고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더퀘스트. 360쪽. 1만6천500원.
▲ 상처로 숨쉬는 법 = 김진영 지음.
철학자 김진영이 생전에 진행한 철학 강좌의 강의록이다. 그는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를 주제로 2013년 18회에 걸쳐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저자는 아도르노의 철학을 매개로 한국 사회를 고찰한다. 쇼핑 중독을 예로 들며 소비 문제 안에서 올바른 삶을 사유하려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세대를 통해 폭력이 전승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냉철한 비판적 성찰을 주체가 돼 사회를 지배하는 객관적 권력을 통찰하자며, 자기 성찰을 통해 일상에서 겪는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법 등을 제시한다.
한겨레출판. 756쪽. 2만5천원.
▲ 지능의 역사 =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 윤승진 옮김.
스페인의 철학가이자 교육자인 저자가 인류의 기원부터 인공지능(AI)까지 '인간 지능'을 주제로 풀어낸 책이다. 먼 문명에서 온 우스벡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인류와 인류의 창조물이 지닌 비밀을 밝히고자 시도한다.
저자는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동시에 살며 이상적인 상징체계를 창조하는 능력을 사피엔스의 탁월한 본질로 보고, 이 종을 '영적 동물'이라고 정의한다. 사피엔스의 신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그런 특이성을 부여한 지능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라이팅하우스. 324쪽. 1만6천800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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