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교수와 소녀상.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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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자이어 교수는 오는 3월 국제 학술지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에 실릴 논문인 ‘태평양 전쟁에서의 성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성매매를 강요받은 성노예가 아닌 공인된 매춘부였다는 취지로 주장한 사실이 이달 초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램자이어 교수는 지난 2019년 3월 하버드대 로스쿨 토론 논문(Discussion paper)에서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를 강제 모집했다는 어떤 기록적 증거도 없음에도 한국 정부는 (위안부는 성 노예였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국 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종북단체에 의한 역사 조작"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램자이어 교수는 다수의 논문을 통해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고 재일교포 차별을 정당화하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우익 세력의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램자이어 교수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미국 내 한인사회를 넘어 하버드대 안팎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8일 하버드대 한인 총학생회(HKS)는 성명을 내고 "전쟁 성폭력 피해 여성을 매춘부로 지칭해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식민사관을 옹호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범국가의 범죄행위를 옹호하고 반인륜적 행위인 일본군 위안부를 정당화해 학생들에게 연구 윤리에 대한 그릇된 의식을 줄 수 있다"면서 문제된 논문의 학술지 게재 철회를 요청했다.
하버드대가 위치한 매사추세츠주 한인회는 "어처구니없는 램지어의 망발에 견딜 수 없는 모욕과 수치감을 감출 길이 없다. 그를 교수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다음달 1일 삼일절을 맞아 하버드대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1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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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1200명에 달하는 연구자와 단체의 연대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18일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독일·일본·캐나다 등 국가에서 총 1193명의 연구자 또는 연구단체가 성명에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은 2차 세계대전 전후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수많은 여성들이 겪었던 잔혹행위에 대해 성차별적, 가부장적, 식민주의적 견해를 앞세우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이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성노예 및 성착취 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반면 하버드대 총장은 "램자이어 교수의 의견은 개인적 견해"라면서도 학문의 자유를 이유로 들어 그를 두둔하고 나섰다. 18일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에 따르면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반크와의 이메일을 통해 "대학 내에서 학문의 자유는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포함한다. 논쟁적인 견해가 우리 사회 다수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반크 측의 논문 철회 요청을 거절했다.
이어지는 논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입을 열었다. 이 할머니는 지난 17일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 법대 학생회(APALSA)가 연 온라인 세미나에서 "그 교수가 하는 말을 무시해버리라"면서 "한편으로는 그 교수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이 문제를 확실히 해달라고 일깨워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램자이어 교수는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현재 하버드대에서 일본 법률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일본법 연구회 미쓰비시 교수’라는 그의 직함은 대표적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가 과거 하버드에 거액을 후원하면서 생긴 직함으로 알려졌다. 램자이어 교수는 지난 2018년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중수장’을 받기도 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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