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이 17일 열린 가운데 정인이가 입양 초기부터 지속적인 폭행 등 학대를 받아왔다는 법정 증언과 함께 양모가 입양기관의 권고를 무시하고 정인이를 장기간 방치했다는 증언 등이 이어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인이 양모 장모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양부 안모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홀트아동복지회 직원인 A씨는 "정인이가 일주일째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장씨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고 말했다.
정인이 입양과 사후 관리를 담당했던 A씨는 입양 후 3개월 정도 지난 지난해 5월26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정인이에 대한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고 확인차 양부모의 집을 찾았는데 다시 만난 정인이 몸 곳곳에는 멍과 상처들이 가득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면서 A씨는 "부모의 양해를 구하고 아이의 옷을 벗겨 보니 허벅지 안쪽과 배 뒤에 멍 자국이 있었고 귀 안쪽에도 상처들이 보였다"면서 "장씨에게 어쩌다 이런 상처가 생긴 건지 물었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A씨는 지난해 9월 장씨로부터 정인이가 일주일째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아이가 한 끼만 밥을 못 먹어도 응급실에 데려가는 게 일반적인 부모인데 장씨는 달랐다"고 당시를 떠올린 뒤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하지 않다'는 말을 하면서 일주일 넘게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A씨는 "빨리 진료를 봐야 한다고 장씨에게 얘기했지만 다른 일정이 있다며 시간을 미뤘다"면서 "결국 양모가 아닌 양부에게 전화해 병원에 데려가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인 B씨 역시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온 2020년 3월부터 신체 곳곳에서 상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B씨는 그러면서 "정인이는 입학할 당시만 해도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다"면서 "하지만 입학 이후 정인이의 얼굴과 팔 등에서 멍이나 긁힌 상처 등이 계속 발견됐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또한 B씨는 정인이가 7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았다면서 "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다시 나온 정인이는 몰라보게 변해있었다"며 "아프리카 기아처럼 야위어 있었고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도 심하게 떨었다"고 심각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B씨는 정인이가 숨지기 전날인 지난해 10월12일 정인이의 상태를 언급하면서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면서 "좋아하는 과자나 장난감을 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B씨는 그러면서 "정인이 머리에는 멍이 든 상처가 있었다"며 "몸은 말랐지만 배만 볼록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튿날 사망한 정인이는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췌장 파열 등 복부 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장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만 기소됐지만, 지난달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죄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이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 혐의, 예비적 공소사실로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도 현장에서 이를 허가했다.
정인이 양부 안씨는 1차 공판에 이어 2차 공판에서도 법원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한편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청사 앞 인도는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살인자 양모 무조건 사형',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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