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정주영 20주기에 생각한 현대와 한국기업의 미래
아산 정주영 레거시©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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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아산 정주영(1915~2001)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남긴 유산(레거시)을 사회적, 미래적 관점에서 재조명한 책이 나왔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아산은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의 큰 기틀을 세웠으며 창조적 기업가의 표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청년세대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무수한 일화도 남겼다.
그러나 아산 레거시는 도전이 전부가 아니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아산 20주기를 맞아 집필한 신간 '아산 정주영 레거시'에서 성공한 기업가로서 이미지 이면에 절제와 나눔의 철학을 실천하며 올곧게 앞으로 나아간 아산의 모습을 농도 짙게 부각시킨다. 그러한 인간적 레거시가 오히려 한국경제에 더 큰 자본이 될 것이란 믿음이다.
기업지배구조, 인수합병(M&A) 등 상법 분야 권위자답게 김 교수는 창업주를 중심으로 기업 현대의 성장사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학술 서적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산의 전기나 현대 그룹의 사사도 아니다.
책은 Δ현대의 탄생과 성장 Δ정주영의 유산, 스마트 현대로 진화하다 Δ현대를 넘어, 정주영이 꿈꾼 세상 등 총 3부로 나뉜다.
'제1부 현대의 탄생과 성장'은 정 회장이 기업 현대를 진두지휘할 때를 다룬다. 저자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졌지만 정확한 내용이 가려진 부분을 되짚는다. 500원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줘 현대중공업을 탄생시켰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산이 조선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돈을 빌리러 영국의 바클레이스은행을 찾았다. 은행 측이 거절하자 아산은 은행의 담당 임원에게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이면서 한국이 철선을 영국보다 먼저 건조했음을 설명해 차관을 얻는다.
저자는 전문가의 관점에서 숨겨진 내용을 알려준다. 현대중공업이 탄생하는데는 알려진 내용과 다르게 사업계획서를 포함한 방대한 서류와 자료들이 동원된 무수한 협상과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됐다.
그는 사실관계도 정정했다. 아산은 거북선 그림을 은행 임원에게 보여준 것이 아니라 영국의 A&P애플도어 회장 롱바톰에게 보여주면서 한국의 잠재력을 역설했다. 이 회사는 현대가 계획한 조선소의 레이아웃을 작성하고 있었다. 롱바톰은 현대건설의 고리원자력 시공 경험, 정유공장 건설 경험 등을 들면서 대형 선박을 건조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추천서를 써주었다.
결국 거북선 스토리는 철저히 서양적인 엄중한 프로세스가 진행됐고 현대가 이 요건들을 다 충족했기 때문에 합격했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들어 아는 이야기는 과장인 동시에 겸손인 셈이다.
제2부 '정주영의 유산, 스마트 현대로 진화하다'에서는 아산이 직접 진두지휘한 서산 방조제 건설과정과 이후의 변화 등을 다룬다.
현대모비스는 2017년 6월 서산방제조 B지구에 3000억원을 투자해 여의도 절반 34만 평 규모로 자율주행 연구개발이 가능한 첨단 주행시험장을 마련했다. 저자는 창업자 아산이 마음의 성지로 삼은 이곳이 디지털 시대의 현대를 책임질 신세대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성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지막 3부 '현대를 넘어, 정주영이 꿈꾼 세상'에서는 아산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다룬다. 당연히 아산의 나눔 철학을 빼놓을 수 없다. 아산은 1970년대에 정부가 현대건설의 기업공개를 종용했을 때도 공개를 미루고 그 대신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50%를 출연해서 1977년 7월 1일에 아산사회복지재단(아산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정부의 1년 복지예산 195억원 규모였으며 현대건설 주식의 가치는 500억원이었다. 아산재단은 2018년까지 사회복지사업에 총 1114억 원(4636단체), 장학사업에 658억 원(총 3만2214명), 학술연구에서 총 212억 원(2,340건)을 지원했다.
저자는 집필 동기에 대해 아산의 생애와 업적에 대한 무게 있는 학술적 조명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는 아산의 덕목을 정직성, 책임감 그리고 겸손이라고 압축하며 이런 유산이 오래도록 한국의 미래와 같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산 정주영 레거시/ 김화진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만9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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