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뜨는 건 '미국'이 흔들려서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비트코인의 상승은 미국의 쇠퇴를 반영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부편집장 라나 포루하가 최근 비트코인의 부상이 미국 달러 위상 하락과 관련 있다고 주장한 14일(현지시간) 칼럼의 제목이다. 글에서 그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다극화하며 기축통화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결과로 가상통화(암호화폐)가 뜰 수 있다고 했다.

포루하는 우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인기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장기간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투기적 수요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과 달러의 역할이 덜 중요해진다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초기 신호로 해석하는 게 더 좋을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배경을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에 대한 신뢰는 약화됐다. 달러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덩달아 위축됐다. 지난달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건은 이런 상황을 보여준 극적인 사례다. 페더럴파이낸셜의 캐런 페트로우미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달러가 의사당 난입 사건의 피해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포루하는 트럼프가 'USA'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린 것은 맞지만 트럼프의 등장 자체가 미국의 장기적 경제 문제의 증상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란 전례 없는 저금리와 완화적 통화정책과 이로 인한 부채 급증 상황을 말한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전례 없는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부양책도 더해질 예정이다. 미국이 갈 수 있는 길은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긴축하거나, 돈을 더 찍는 것이다. 만약 미국 정부가 국채를 더 발행해 빚을 늘린다면 달러 가치는 떨어지기 쉽다. 이 때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특히 그는 미국이란 한 강대국이 정치적·경제적 파워를 독점했던 세계가 다극적인 세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지정학적 변화를 언급했다. 이 경우 위안화와 유로화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달러가 이전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예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암호화폐를 옹호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암호화폐가 정치적 힘에 덜 종속돼 다극적인 세계에 적합하다고 본다.

물론 암호화폐가 '새로운 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일찌감치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밝혔다. 그럼에도 포루하는 비트코인 랠리를 "일반적인 버블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일단 비트코인 붐은 탄광의 카나리아로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 덧붙였다. 카나리아가 탄광의 유해가스를 먼저 감지하듯 비트코인 광풍이 미국의 위상 약화를 보여준다는 뜻이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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