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정의한 4차 재난지원금 성격이다. 이르면 다음 달 4차 재난지원금이 뿌려진다. 피해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선별 지급되지만 규모는 전 국민에 나간 1차 지원금에 육박한다. 대상자와 1인당 지급액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라서다. 이 대표는 “피해 계층의 고통이 커진 만큼 지원도 두터워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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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버티기와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 사격 끝에 전 국민 지급은 물 건너 갔다. 발등의 불인 4월 지방자치단체 재ㆍ보궐 선거를 앞두고 더 끌 시간이 없는 여당은 선별 지급으로 한발 물러섰다. 대신 우회로를 택했다. 전 국민 지급에 육박하는 규모의 맞춤형 지원이다.
민주당 내에선 지원 대상 자영업자ㆍ소상공인의 매출액ㆍ규모 기준 상향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280만명이 대상이었던 지난 3차 지원금 지급 기준(일반업종 매출 4억원 미만, 서비스업 종업원 5명 미만 등)을 완화해 수혜 규모를 확대하자는 의견이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점상이나, 플랫폼노동자, 신규 상인 등은 아직 제도의 망에 편입되지 않았다”며 “짧은 기간에 만만찮은 숙제지만 정부에 그 (사각지대 지원 확대)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1인당 지원 한도도 300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차(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원, 3차(소상공인 버팀목자금) 300만원을 뛰어넘는 액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앞으로 논의될 4차 재난지원금 추경에도 고용위기 상황을 타개할 일자리 예산을 충분히 포함시켜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대통령 메시지에 맞춰 민주당은 “집합금지ㆍ영업금지 등 피해업종에 대해서는 그간의 지원금인 100만∼300만원 정도로는 안 된다”(신영대 대변인)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원 규모가 2, 3차 지원 때처럼 위로금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매년 (예산) 불용액이 10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해 지출 구조조정을 적극 검토하고, 대규모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면 국민적 동의 절차를 거쳐서라도 비상하게 대처하자”고 못 박았다.
4차 긴급재난지원금 어떻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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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은 정해졌다. 여당은 ▶2월 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3월 중 국회에서 의결한 다음 ▶이르면 3월 말 지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당ㆍ정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4차 지원금 전체 규모를 두고서다.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예산 규모를 3차 재난지원금 이상으로 잡고 있다. 최대 200만원씩 3차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총 9조3000억원이 들었다. 4차 지원금용 추경 규모가 10조~15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 국민에 지급된 1차 지원금 총 예산(14조300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최대 20조원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여당 안팎에서 나온다. 빠듯한 예산 상황에 재정 당국은 대규모 추경에 난색을 보인다.
지급 기준을 두고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매출과 이익 어느 쪽으로 하더라도 반발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종 특성상 매출은 높지만 이익이 낮은 곳도 있다. 거리두기에 따라 배달 매출이 늘고 인건비ㆍ재료비 등 각종 비용은 오히려 줄어든 곳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피해 정도와 상관없이 기준을 충족하면 모두 받고, 기준에 미달하면 전혀 받을 수 없는 식의 ‘절벽’이 있다면 경계에 있는 소상공인의 반발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고 재난지원금 지급도 4차에 접어드는데 아직도 기준선을 두고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방식으로 지급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매출 타격 등 피해액에 비례한 상세ㆍ차등 지급 기준을 만들어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판하는 검은색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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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은 이미 비상이다. 올해 연말 956조원으로 예상된 국가채무는 이번 추경으로 970조원대로 치솟을 전망이다. 여기에 전 국민 지원금까지 가세하면 연내 나랏빚은 1000조원을 뚫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소상공인 지원금’ 같이 합리적인 지급 기준은 있어야 한다”며 “형평성 논란 때문에 업종별ㆍ품목별로 예외를 두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원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소비 진작을 위한 전 국민 지원금은 방역 상황이 좋아지고, 당정의 결심만 선다면 언제든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국민 지급’ 유세 후 대승을 거뒀던 지난해 총선의 데자뷔를 오는 4·7 재보선에서 기대하는 분위기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확한 피해ㆍ소득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한정된 재정을 낭비하는 지원금을 정치 상황에 따라 앞으로 얼마나 더 반복할 것인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세종=조현숙ㆍ김기환 기자, 심새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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