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매체 "재해 때마다 차별적 발언, 루머 확산"
1923년 '관동대지진' 흉내낸 소문 나오기도
일부 日 누리꾼 "보이는 즉시 신고" 자정 목소리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 규모 7.3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인 14일(현지시간) 오전, 후쿠시마현 한 자동차 경주장이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에 훼손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강진이 발생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종차별성 가짜뉴스가 확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 매체 '마이니치신문'은 14일(현지시간) '지진 때마다 떠도는 루머와 차별적 발언,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서 발생한 강진을 둘러싸고 또다시 차별적 발언, 루머, 불확실한 정보가 트위터, 유튜브 등에서 난무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3일 오후 11시께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는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후쿠시마현, 미야기현에서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진도 6강(사람이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는 수준)'이 관측됐다. 일본 당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최소 142명이 부상을 당했고, 95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이 매체는 "재해 때마다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같은 발언들은 지난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퍼진 소문을 흉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진이 벌어진 지난 13일 오후 11시8분께 일본 트위터에서는 한 누리꾼이 "조선인이 후쿠시마 우물에 독을 타고 있는 것을 봤다"고 쓴 글이 발견되기도 했다.
강진이 발생한 지난 13일 한 일본 누리꾼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는 것을 봤다'는 취지로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도 했다. 15일 현재 해당 계정은 삭제된 상태. / 사진=트위터 캡처 |
이같은 가짜뉴스는 관동대지진 당시 돌았던 유언비어를 흉내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선인이 방화한다', '우물에 독을 푼다' 등 유언비어가 돌자 이를 믿은 일본 자경단이 조선인들을 일방적으로 구타·폭행했고, 이로 인해 조선인 수천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지진 등 천재지변 이후 일본에서 SNS를 중심으로 인종차별적 가짜뉴스가 확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지난 2011년 당시 SNS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확산됐다.
또 지난 2016년 일본 구마모토현에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트위터 상에는 '구마모토에 사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취지로 음모론이 퍼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시체들. /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제는 100여년 전인 관동대지진 때와 달리, 현재는 SNS 등을 통해 가짜 정보가 빠르게 확산한다는 데 있다.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더라도 강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내에서도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 13일 지진과 관련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일부 계정을 캡처해 "장난을 쳐서 좋은 것이 있고 나쁜 것이 있다"며 "보이는 즉시 신고해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진에 편승해 혐오성 트윗을 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당신도 국외로 나가면 외국인 중 한 명에 불과하고, 증오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