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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IT공룡들, 엔비디아 M&A 제동… "ARM 품으면 '갑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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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 행사에 설치된 엔비디아 부스 모습.[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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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업체 퀄컴이 엔비디아의 ARM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퀄컴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위원회, 영국 경쟁시장청(CMA), 중국 시장규제국 등 각국 규제 기관에 엔비디아와 ARM간 인수합병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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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ARM 인수 발표를 할 당시 모습.[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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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을 소유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 지난해 9월이다. 매각 금액만 400억 달러(약 47조원)다. 최종적으로 인수가 마무리되려면 관련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기업 본사가 있거나, 해당 기업의 시장 매출액이 많은 나라가 해당한다. 이들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인수는 이뤄지지 않는다.

CNBC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TC와 CMA는 인수계약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우선 인수합병으로 영향을 받게 될 다른 기업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퀄컴이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퀄컴·구글·MS "엔비디아 거래 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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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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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반대 의견을 가진 게 퀄컴만이 아니란 점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시각) 퀄컴 외에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FTC에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 중 적어도 한 곳은 이번 거래가 깨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에 반도체 설계도 공급해 준 ARM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까지 잇달아 반대 의사를 내놓은 데는 ARM이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라서다. ARM은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고 설계 라이선스를 팔아 이익을 낸다. 삼성전자·애플·퀄컴·화웨이 등 세계 1000여 기업에 반도체 설계도를 팔고 사용료(로열티)를 받는다. 이들이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들고, 아마존·MS 등이 자체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ARM의 기본 설계도 덕분이다. ARM은 중립적 입장에서 국적과 업체를 막론하고 골고루 자신의 설계도를 공급했다.

이 ARM을 인수한 게 반도체 생산회사인 엔비디아다. 이 회사의 주력 생산품인 GPU(그래픽처리장치)는 동시에 여러 계산이 가능한 ‘병렬식 연산’ 특징으로 서버 속도를 높이는 반도체로 주목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경쟁자들 "엔비디아, 반도체 생태계 교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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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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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은 엔비디아가 ARM의 중립 공급 원칙을 깰 수 있다고 우려한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경쟁 업체에 ARM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엔비디아가 ARM 설계 라이선스 관련 로열티를 올리거나, 특정 업체에는 설계도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ARM의 개방형 라이선스 모델과 고객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경쟁자들은 엔비디아가 '갑질'로 반도체 생태계를 교란해 공정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관계 당국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과연 칼자루를 쥐고 있는 규제기관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FTC와 CMA가 조사를 착수했지만, 업계 의견을 듣는 건 초기 단계일 뿐이다. 엔비디아 측은 지난해 9월 인수 사실 발표 당시 관계 당국의 승인에 약 18개월의 시간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엔비디아로선 미국의 정치지형 변화가 걱정스러울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으로 인해 FTC 내 권력 지형은 사실상 민주당 주도로 바뀔 것”이라며 “(반독점 문제에 민감한) 민주당으로의 FTC 리더십이 변화함에 따라 엔비디아의 ARM 인수 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 전쟁 등은 엔비디아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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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의 모습.[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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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쟁 상황이 이어지는 것도 악재다. CNBC는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업체가 중국 정부에 엔비디아의 ARM 거래를 승인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ARM이 미국 기업 엔비디아에 넘어갈 경우 반도체 생산이 더 힘들어질 수 있는걸 우려해서다. ARM이 엔비디아에 인수돼 미국 기업이 될 경우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CNBC는 “다양한 업계 전문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볼 때 적어도 1곳 이상의 규제 당국에서 이번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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