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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단독] 하버드대 위안부 논문 도움 준 교수들도 日 '닛산·외무성' 후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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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가 조언을 받았다고 공개한 미국 프린스턴대 G모 교수. 매일경제가 프린스턴대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그 역시 미쓰비시 후원을 받는 램지어 교수처럼 일본 전범기업 닛산의 후원을 받는 `닛산 교수`로 표기돼 있었다. [사진=프린스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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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위안부가 강제성이 없이 자발적으로 동원된 매춘부였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미쓰비시 교수의 논문에 도움을 준 다른 대학 역사학자들도 일본 기업과 정부로부터 후원을 받아온 것으로 매일경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위안부는 일본 정부의 강제 동원에 희생된 성노예였다는 유엔과 세계 역사학계의 확고한 입장을 훼손하려는 램지어 미쓰비시 교수의 논문이 일본 정부의 조직적 돈줄이 개입된 '학문적 카르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램지어 미쓰비시 교수는 오는 3월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려는 '태평양전쟁의 성매매 계약' 논문의 초고 격인 '위안부와 교수들'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2019년 3월 하버드대 로스쿨 교지에 게재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위안부가 증거가 없는 가설일 뿐, 매춘부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연구에 도움을 준 여러 역사학자들의 이름을 초록(Abstract) 하단에 기재했다.

주지하듯 램지어가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로부터 재정 후원을 받고 있는 '미쓰비시 교수'라는 공식직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매체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그런데 이 연구에 도움을 준 다른 미국 교수들마저 또 다른 일본 전범기업과 외무성 자금을 받은 이력이 있다는 게 매일경제 취재로 추가 확인됐다.

램지어 미쓰비시 교수가 도움을 준 이로 거론한 프린스턴대 역사학과 G모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전범기업인 닛산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프린스턴대는 하버드대와 마찬가지로 그의 공식 직함을 후원 기업의 이름을 넣은 '닛산 교수'로 표기하고 있었다.

'미쓰비시 교수'를 공식직함으로 쓰고 있는 램지어 교수처럼 G모 교수를 통해 일본 거대 기업이 프린스턴대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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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에 도움을 준 UC버클리대 B모 명예교수에 대한 대학 홈페이지 소개 글. 이 페이지 하단에 일본 외무성이 운영하는 국제교류기금 사업에 B모 명예교수가 참여한 이력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출처=UC버클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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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미쓰비시 교수가 도움을 받았다고 거론한 또 다른 미국 역사학자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B모 명예교수는 일본 기업보다는 외무성의 재정지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UC버클리대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B 명예교수의 경력 중 일본 외무성이 운영하는 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이력이 게재됐다. 그는 국제교류기금 내 '아베 펠로십 프로그램 리뷰' 의장으로 2008년 활동하고 이 외에도 일본 내 다수 대학을 방문학자로 다녀갔다.

국제교류기금은 일본 외무성 후원으로 지난 1972년에 설립된 장학지원 플랫폼으로, 북미 지역 학자들에게 일본의 근현대사 연구를 집중 지원해왔다.

특히 B 명예교수가 의장으로 활동한 '아베 펠로십 프로그램'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을 기념해 가동되고 있다.

일본 국제교류기금은 '아베 펠로십 프로그램'에 대해 홈페이지에서 "일본 사회과학위원회와 협력해 실행되는 연구 장학제도(research scholarship system)"라고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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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논문에 도움을 준 UC버클리대 G모 명예교수와 대학 측이 2018년 추진했던 `메이지 유신 150주년 프로젝트` 소개 글. 대학 측은 마지막 문장에서 일본 외무성과 총영사관 측의 재정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출처=UC버클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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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명예교수의 2018년 행보도 눈길을 끈다. UC버클리와 베리 명예교수는 당시 '메이지 유신 150주년 프로젝트(The Meiji at 150 Project)'를 전개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2018년 자국 근대화의 초석이 된 메이지 유신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 대학들까지 현지에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조망하는 학술 이벤트를 열었던 것이다. 일본 외무성이 메이지 유신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 대학들에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한 것이다.

매일경제가 UC버클리대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이 대학은 "일본 국제교류기금(토론토)과 일본 총영사관(밴쿠버)의 관대한 재정 지원(generous financial support)이 없었더라면 메이지 유신 150주년 프로젝트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총영사관과 국제교류기금의 자금 지원에 감사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램지어 미쓰비시 교수의 논문에 미쓰비시는 물론 닛산과 일본 외무성 재정 지원을 받은 다수 학자들이 간여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한국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이번 사태가 한 법학자의 개인 의견이 아닌, 일본 외무성과 기업 자금지원이 개입된 비정상적인 학문적 카르텔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부가 이번 사태를 둘러싼 일본 자금 지원 진상을 조속히 파악해 조직적 역사왜곡 가능성이 발견된다면 현재의 관망적 태도를 버리고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학생회가 램지어 미쓰비시 교수의 학자적 양심을 연일 비판하며 나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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