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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깔끔한 2파전 vs 흥미진진 단일화…흥행 드라마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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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 서울시장 보선

박영선 중도, 우상호는 친문 공략

국민의힘 나경원·오세훈 등 4파전

안철수·금태섭 내달 1일 단일화

중앙일보

박영, 우상호, 오신환, 오세훈(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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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초반 야당 우세로 흐르는가 싶었던 게 혼전 양상으로 바뀌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여론조사에서도 여야 후보 간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나타난다. 또 일대일 구도를 전제로 실시된 여론조사라도 실시 기관에 따라 여야의 우열이 엇갈리는 안갯속 국면이다. 정치권에선 “선거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국민의힘 재선 의원)는 진단이 나온다.

시간이 갈수록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으로 비롯된 보선이란 인식은 희석되기 쉽다. 정책 선택지가 많은 여당의 물량 공세와 지지층 결집이 주목되는 가운데 야권이 느슨해진 주도권을 찾아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기세싸움 속에 초반의 경쾌한 흐름을 잃은 야권으로선 2단계에 걸친 단일화 과정을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영선 중도 확장, 우상호는 선명성=박영선·우상호(가나다순) 예비후보 간 2파전으로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후보 간 전략이 뚜렷이 나뉜다. 우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중도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서울시 대전환, 21분 콤팩트도시 서울’ 등 정책 홍보에 역량을 모으는 한편 “금태섭(무소속) 후보와 대화하고 싶다. 품이 넓은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치적으로 중도를 겨냥한 메시지도 꾸준히 내고 있다. 강남 재건축·재개발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에도 이런 중도 공략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박 전 장관은 야당 후보들의 집중 견제에도 역공을 자제하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큰 방향은 다수 시민의 마음을 잡겠다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설 연휴 기간에도 정책 행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추격자인 우상호 의원은 선명성을 강조하며 박 전 장관과의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금태섭 전 의원과의 대화 필요성을 언급한 박 전 장관을 겨냥해 “민주당과 대척점에 선 순간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우리가 끌어안고 연대할 대상은 범진보 진영”이라고 각을 세우더니 열린민주당과의 연대 논의도 이끌고 있다. 우 의원은 지난 7일 당 지도부 입장과 별개로 정봉주 열린민주당 예비후보를 만나 “양당의 뿌리는 하나다. 통합을 전제로 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다”고 밝혔다. 권리당원 투표 50%가 경선 승패를 가르는 만큼 친문(친문재인) 당원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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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조은희, 안철수, 금태섭(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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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앞두고 전력 질주=예비후보 6명이 뛰는 데다 단일화 이벤트까지 앞둔 야권은 셈법이 더 복잡하다.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기호순) 등 예비후보 4명으로 압축된 국민의힘에서는 ‘2강’(나경원·오세훈)과 ‘2약’(오신환·조은희)의 전략이 갈린다. 2강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정책 행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보수 표밭 다지기에 집중하며 소상공인 정책 발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재선 시장(2006~2011년)의 경륜과 확장성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건 ‘언더독’의 견제가 점점 거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을 “옛날 불판”에 비유하며 “이대로 가면 무난히 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오신환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신혼부부 지원 대책이 비현실적이라며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에 빗대어 “나경영”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런 언더독들의 견제와 선전 여부가 2강 중 누구에게 치명상을 입힐지도 관전 포인트다.

제3지대에서 단일화 시동을 건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사이에도 격전이 예고돼 있다. 인지도와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는 안 대표를 상대로 금 전 의원이 역전극을 노리는 구도다. 둘 중 승자가 결정되는 다음달 1일까지 금 전 의원이 토론회 등을 통해 안 대표와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지가 관심이다.

◆승부 가를 단일화 과정과 투표율=설 연휴 이후 최대 변수는 야권 단일화 성사 여부다. 국민의힘이 후보를 선출하는 3월 4일 이후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 경선을 할 가능성이 큰 만큼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처럼 설문조사 대상과 질문 문항 등을 두고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에선 벌써부터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를 할 경우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민주당 지지층은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중진 의원)는 말이 나온다.

투표율도 선거 막판 중요 변수가 될 거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이 서울시 지역구 국회의원 49명 가운데 41명, 구청장 25명 중 24명,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을 확보하는 등 풀뿌리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 조직선거에선 절대적 우위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조직선거 기반이 굳건한 만큼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에, 높으면 야당에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재·보궐 선거는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는 만큼 경선 흥행을 위한 추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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