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달 19일(현지 시각)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당시 지명자)은 "가상화폐가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되므로 사용을 줄이고 돈세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해 비트코인 폭락을 부추겼다.
그런데 지난 8일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유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샀다고 밝혔다. 또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살 수 있게 한다고도 했다. 그간 비트코인을 지지해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암호화폐 시장에 엄청난 호재를 몰고 온 셈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테슬라 효과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테슬라가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비트코인 활용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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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효과로 비트코인이 5000만원도 뚫자 국내외서는 "비트코인이 금(金)을 대체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넘을 것이다"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물론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을 때는 "비트코인을 사느니 금을 사야 한다" "비트코인은 투기에 그칠 뿐"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 현명한 암호화폐 투자자가 되려면 ‘제도권’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암호화폐의 제일 큰 불안 요소는 가상의 위험 자산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제도권이 하나둘씩 들어오면 암호화폐 실체가 어느 정도 보증된다는 얘기가 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변동이 아닌 추세에 근거해 투자해야 한다"라며 "기관투자자가 유입되고 상장지수펀드(ETF)가 설정되는 등 추세적으로 제도권이 들어서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한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페이팔·JP모건·골드만삭스를 비롯해 테슬라가 시장에 들어온 건 기존 제도권이 암호화폐를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암호화폐 정보포털 쟁글과 한화자산운용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도 비트코인 시장에서의 제도권 영향에 집중했다. 쟁글과 한화자산운용은 "이미 비트코인은 기관투자자를 위한 인프라(기반)를 구축해 놨는데, 이는 제도권이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오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현재 블랙록, 반에크 등 전통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관련 상품을 출시하면 기관투자자들이 더 빠르게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관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제공 업체도 등장하면서 이를 이용해 비트코인 투자 전략을 구상하는 펀드들도 나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기관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제공하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백트(Bakkt)의 선물거래량은 출시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또 기관투자 등급 수탁서비스를 제공하는 피델리티운용과 미 디지털자산 금융서비스 기업 비트고(BitGo)의 펀드운용자산도 늘고 있다. 쟁글과 한화자산운용은 "이는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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